인권위 "'無영장 수색' 임의성, 수사기관이 입증해야"

'택배분실' 사건 관련 "영장 없이 집 수색, 사진촬영"
경찰 측 "CCTV 확인 후 수사상 필요로 동의 하 진행"
당사자 동의 입증할 자료, 수색조서·증명서 작성 안 돼
"임의성 여부 다툴 경우 입증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어"

국가인권위원회.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장 없이 가택을 수색한다면 사건당사자의 동의 및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영장 없이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얻어 자택 등을 수색할 경우 임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법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7월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서 '택배물품인 청소기가 분실됐다'며 112신고를 넣은 뒤 관할 지구대 경찰관이 영장 없이 집을 수색하고 수색목적 또한 설명하지 않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경찰이) 동의를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기도 하는 등 주거의 자유를 침해했다. 자백을 강요하고, 압수한 물품을 돌려주지 않는 등 부당수사를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 측은 "2주 전쯤 같은 건물에서 냄비 절도사건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동일인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며 관리사무소의 CC(폐쇄회로)TV를 확인하면서 A씨가 안내해 집 안을 둘러보고 동의 아래 사진을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하지만 인권위는 사건 당시 경찰 측이 가택 내부수색에 대해 A씨의 동의를 증명할 어떠한 자료나 정황도 없다고 판단했다. 수색 이후 그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조서나 증명서 또한 일체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헌법 제16조는 모든 국민은 주거의 자유를 침해받지 않고, 주거에 대한 압수나 수색은 영장을 제시하도록 함으로써 주거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하고 있다"며 "따라서 영장주의의 예외로서 대상자의 동의에 의해 가택을 수색하거나 임의로 제출하는 물건을 압수하는 경우에도 적법절차의 원칙은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 훈령인 '범죄수사규칙' 제6조는 경찰관의 수사는 임의수사를 원칙으로 하며 임의수사를 위해 승낙을 구할 때에도 승낙을 강요하거나 강요의 의심을 받을 염려가 있는 태도나 방법을 취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제123조 제1항은 주거주 또는 간수자가 임의로 승낙하는 경우에는 영장 없이 수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수사상황에서 임의성 여부에 다툼이 있을 경우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건당사자가 아닌 수사기관에 그 정당성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우월적 지위에 의한 강압적인 수사를 예방하기 위해, 수사기관과 대상자 간 진술이나 자료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다투는 경우에 있어 그 임의성에 대한 증명은 수사기관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있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임의성 입증에 대한 불이익은 임의수사를 입증할 어떤 증거자료나 정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피진정인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경찰의 수색은 그 임의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등 적절한 수사방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인권위는 현행규정상 '영장이 없는 수색'에 대해 임의성 확보방안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 수색 이후 조서작성에 대한 인식 미진 등 현재까지의 수사관행을 고려해 경찰청장에게 관련제도 개선과 유사사례를 막기 위한 해당사례 전파를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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