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지난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대박을 터뜨린 둘은 올 시즌 초반 부진을 보였다. 그러다 류현진은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지만 범가너는 '먹튀'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애리조나는 11일(한국 시간) "허리 통증을 호소한 범가너를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애리조나 마이크 하젠 단장은 "부상 상태가 심각하진 않다"면서도 "몇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비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범가너는 전날 샌디에이고와 원정에서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2이닝 동안 홈런을 무려 4개나 내줬다. 사실상 배팅 볼 수준의 구위였던 셈이다.
올 시즌 성적은 처참하다. 4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ERA)은 9.35에 이른다. 4경기에서 홈런을 7개나 내줬다.
구속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범가너는 10일 경기에서 속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반에 머물렀다. 홈런 공장장이 된 이유다.
범가너는 샌프란시스코(SF)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09년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SF에서만 119승을 거뒀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6시즌 동안 93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특히 가을에 미친 존재감을 뽐냈다. 역대 포스트시즌 16경기에서 8승 3패 ERA 2.11을 거뒀고,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는 5경기에서 4승 1패 ERA 0.25의 괴력을 과시했다. SF는 2010년부터 한 해 걸러 세 번의 우승을 차지했는데 범가너는 2014년 2승 1세이브 ERA 0.43으로 MVP까지 올랐다.
그런 범가너였기에 애리조나는 지난 시즌 뒤 5년 8500만 달러(약 1000억 원)에 영입했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19승 25패의 부진에도 범가너의 관록을 믿었다. 그러나 범가너는 일단 올 시즌 초반에는 구단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ERA 전체 1위에 빛나는 류현진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50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 범가너보다 계약 기간을 짧지만 평균 연봉은 높은 조건이었다.
류현진도 올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2경기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1패만을 안았다. 9이닝 8실점으로 ERA는 8.00이나 됐다.
범가너처럼 구속 저하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해 류현진은 속구 평균 구속이 145.8km였지만 지난달 25일 탬파베이와 개막전에서는 145km 정도였고, 6일 뒤 워싱턴전에서는 142km에 불과했다. 속구 구속이 나오지 않아 장기인 체인지업 등 변화구의 위력도 반감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절치부심한 류현진은 세 번째 경기에서 달라졌다. 지난 6일 애틀랜타와 원정에서 류현진은 5이닝 8탈삼진 1피안타 3볼넷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팀의 2 대 1 승리를 이끌며 본인도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구속을 끌어올리면서 상대 몸쪽으로 공격적인 속구를 던진 게 컸다. 그러면서 전매특허인 우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이 살아났다. 이날 류현진의 속구는 평균 145km를 찍었다. 현지 언론이 "마침내 에이스가 돌아왔다"며 류현진의 반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구속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류현진은 6일 경기 후 "구속을 지난해 수준까지는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더 힘이 붙고 있어 구속은 더 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런 차이에 류현진과 범가너의 희비가 엇갈린 모양새다. 범가너가 부상자 명단에 오른 다음 날인 12일 류현진은 미국 뉴욕주 살렌필드에서 열리는 마이애미와 홈 경기에서 시즌 4번째 등판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