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이고 세련된 신스팝 '컬러 매직'(Color Magic)으로 가요계에 입문한 디코이는 5개월 만에 두 번째 싱글 앨범 '고 어웨이'(Go Away)로 대중을 찾았다. 차분하게 흐르는 피아노와 슬픈 느낌을 고조시키는 스트링이 어우러진 '고 어웨이'는 데뷔곡과는 사뭇 다른 록 발라드다. 밴드 디코이를 7월의 마지막 날 오후, 롤링컬쳐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민, 성우, 혁진, 원신, 도선은 어릴 때부터 음악에 흥미를 느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도선은 기타를 치고 싶어 하는 초등학생이었고, 취미로 드럼을 치다가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확신한 경우다. 고등학교 때 노래를 시작해 베이스, 건반, 기타를 두루 배운 원신은 "없으면 빈자리가 크다"는 매력을 발견해 베이시스트가 됐다.
혁진은 중학교 때부터 기타를 쳤다. '멋있어 보여서' 시작한 일에 더 진지하게 매달리게 된 건 스무 살 넘어서였다.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디 밴드를 결성했고, 지금 '디코이'까지 왔다. 연습생 때 피아노를 자연스럽게 접한 정민은 밴드 제의를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건반을 택했다. 보컬도 겸한다.
그럼 이 다섯 명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처음 밴드를 구상한 건 혁진이었다. 버스킹하는 걸 보고 같이 밴드 해 보자고 제안해 원신, 정민까지 셋이 모였다. 대학 졸업 공연을 위해 롤링 홀에 섰던 성우와,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알게 된 도선이 '디코이'로 뭉친 게 지난해 7월이다.
대부분 밴드가 그렇듯 디코이도 정식 데뷔 전 공연을 통해 무대 경험을 쌓았다. 리더 정민은 "작년 5월에 신촌에서 처음 공연했다. 그때 자작곡을 갖고 있어서 그것도 하고 커버곡도 했다. 사천 록 페스티벌에 나갔고, 롤링 홀에서 한 체리필터 선배님 오프닝 공연도 두 번 섰다"라고 설명했다.
무더운 여름날 진행한 사천 록 페스티벌은 멤버 모두에게 뜻깊은 추억이다. '록 페스티벌'에 나간 건 처음이었다. 데뷔하지 않은 채로 무대에 선 것이었는데도, '미처 기대 못 한' 호응이 나왔다. 정민은 "멋있는 무대를 잘 보여드리고 내려오자는 마음이었는데, 너무 호응해 주셔서 기뻤다"라고 말했다. '디코이'를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사천 록 페스티벌을 꼽은 원신은 "정민 씨 자작곡으로 공연했는데 관중들이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데뷔하고 나서 관중을 만날 수 없는 건 큰 아쉬움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음악방송이나 각종 공연이 비대면 온라인 형태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정민은 "아직 음악방송에서 관중이 있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라며 "밴드이다 보니까 관객과 소통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나. 멤버들도 훨씬 신난 모습이다. 대중들 앞에서 노래하는 날이 빨리 찾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디코이는 꾸준히 곡 작업 중이다. 데뷔곡 '컬러 매직'과 신곡 '고 어웨이' 작사에 멤버 전원이 참여했고, '컴 투 라이트'(Come To Light)를 정민이 작사·작곡하고 편곡은 전 멤버가 맡았다. 이번 신곡 '고 어웨이'는 메인보컬 성우가 독창하는 곡이다. 성우는 "막상 저 혼자 부르게 되니까 정민이 형이랑 원신이 자리가 되게 크더라. 음악방송 나가면서도 떨렸다. 혼자 노래 부르는 게 처음"이라고 밝혔다. 도선은 "아이 하나를 전쟁터에 보내는 느낌"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 곡은 또한 루비(정민), 오닉스(성우), 자수정(혁진), 사파이어(원신), 문스톤(도선) 등 다섯 가지 상징 원석이 흩어졌다가 다시 만난다는 점에서 지난 활동곡 '컴 투 라이트'의 세계관을 잇는다. 원석 콘셉트는 멤버들 각자 힘과 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도됐다. 정민은 '사랑'과 '조화'의 루비, 성우는 '안정'과 '정열'의 오닉스, 혁진은 '융화'의 자수정, 원신은 '행복'과 '성실'의 사파이어, 도선은 '순수'의 문스톤을 맡았다.
원신은 멤버들을 잘 챙겨준다. 일부러 한다기보다는 습관에 가깝다. 정민은 "저희끼리 하는 말이 있다. '디코이의 어머니'라고. 원신이는 사소한 걸 잘 놓치지 않고 챙겨주는 성향"이라고 거들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말수가 적은 편이었던 혁진을 두고, 멤버들은 '시끄럽다'고 해 궁금증을 유발했다. 정민은 "시크하고 말이 없을 것 같은데 굉장히 말이 많고 허당기가 다분하다"라고 전했다.
'디코이의 어머니'로 원신이 있다면, 정민은 '디코이의 아버지'다. 리더이기도 한 정민은 "중재를 열심히 하는 편인 것 같다. 원신이가 세심하게 잡아준다면 저는 큰 틀을 이끌어가는 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원신은 "형이 말한 것처럼 진짜 딱 그런 모습이다. 멤버들을 잘 챙겨줘서 저희는 의지하게 된다"라고 답했다. 성우는 자신을 표현해달라는 요청에 "어리바리?"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디코이 중 가장 수줍음을 많이 타는 멤버라고. 정민은 성우에 대해 "보살펴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아직 데뷔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신인'인 디코이에게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물었다. 긴 연습생 생활을 거친 정민은 '데뷔'를 꼽았다. 그는 "데뷔에 큰 두려움이 있었다. 제가 데뷔를 과연 할 수 있을까 하고. 어릴 적부터 준비해 왔기에 쇼케이스 때 가장 많이 울컥했던 것 같다. 부모님도 굉장히 좋아해 주셔서 아마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디코이는 '글로벌 아이돌 밴드'를 지향한다. 도선은 "지금 K팝이 문화적인 붐을 일으키는 상황이지 않나. 그래서 더 다양한 나라에서 넓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정민은 "연주와 함께 퍼포먼스적인 부분, 음악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하다 보니 이런 타이틀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두 장의 싱글 앨범을 내면서 디코이는 상반된 곡으로 대중을 만났다. 아직 출발하는 단계인 만큼, 한계를 두지 않으려 한다. 정민은 "음악적인 얘기할 때도 저희는 '한 장르를 고집하지 말자'고 한다.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면서 밝은 것도 해 보고 강렬한 것도 해 보자고 정했다. 앞으로도 되게 다양한 음악을 들려드릴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멤버별로 해 보고 싶은 장르도 제각각이다. 평소 펑크를 즐겨듣는 성우는 아주 센 록을, 파이브 세컨즈 오브 써머(5 Seconds Of Summer)를 좋아한다는 정민은 신나는 팝을 해 보고 싶다. 슈게이징(얼터너티브 록의 하위 장르)을 좋아한다는 혁진은 연주곡이나 포스트 록에, 어쿠스틱 곡을 좋아하는 원신은 재즈에 관심이 있다. 도선은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뒷받침된 헤비한 록 음악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디코이의 드러머로서 최선을 다하고 제가 하고 싶은 음악도 하고 싶어요." (도선)
"첫째로는 대중에게 우리를 알리는 거고요. 두 번째는 글로벌 아이돌 밴드로서 해외 투어를 하고 싶어요." (원신)
"저는 스스로 정말 만족할 만한 단독 공연을 해 보는 게 목표입니다." (혁진)
"저는 저희가 잘돼서 회사 사업을 키우는 게 목표에요. 저희 디코이라는 팀을 대중에게 차근차근 계속 알리고 싶고요." (정민)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섰던 웸블리 같은 큰 스타디움 공연, 할 수 있겠죠?" (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