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인사에 여권발 사퇴론까지…윤석열 "검찰은 국민의 것"

검찰 고위급 인사 놓고 논란 계속…尹, 검사장들 만나 첫 공개발언
"일선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 발휘해야…검찰은 국민의 것"
'尹 고립 인사' 평가 속 '뼈 있는 발언' 분석
추미애 장관은 '개혁 인사' 규정…"조직 이기주의자 돼서는 안 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이한형 기자)
최근 단행된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여권에서 분출하는 검찰총장 사퇴론을 놓고 '윤석열 힘빼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윤 총장이 10일 "검찰은 검사와 검찰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독재, 전체주의'라는 단어를 언급한 최근 발언에 비하면 원론적으로 읽히지만, 본인의 고립상황에 대한 비판 의식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총장의 발언은 이날 오후 검사장 신규보임‧전보 대상자 25명을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검찰 최고의 간부로서 일선에서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인권중심 수사와 공판중심 수사구조 개혁에 노력하며, 검찰은 검사와 검찰공무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늘 명심해 달라"고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단행한 검사장 인사 이후 첫 공식 발언이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을 보좌했던 대검 주요 참모진이 교체되고, 그와 직간접적으로 각을 세워 온 친(親)정부 성향의 인사들이 약진했다는 평가가 나온 만큼 작심 발언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공개된 발언 외에 인사 관련 민감한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윤 총장의 공개 발언 가운데 '검찰은 국민의 것'이라는 대목에는 여권의 총장 압박 논란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 반영돼 있다는 내부 평가도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권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검찰임을 잊지 말라는 뜻 아니겠느냐"며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도 검사장들에게 후배들의 시선이 있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똑바로 하라는 의미로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선 이날까지도 검사장 인사에따른 여진(餘震)이 이어졌다. 이번에 좌천성 발령을 받은 뒤 사의를 표명한 문찬석 (59·사법연수원 24기) 광주지검장은 검찰 내부 통신망에 재차 글을 올려 검사장들을 향해 "잘못된 것에는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검사장들이 자리를 탐하고 인사 불이익을 두려워 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총장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그 많은 인재들을 밀쳐두고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추 장관을 사실상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 같은 인식을 드러내며 검사장들에게 비판적 목소리를 내라고 주문한 셈이다.

박철완(48ㆍ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도 같은 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이) 윤 총장이 주도한 수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고 밝혔다. 정권 수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이번 인사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뼈 있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법무부에 추미애 법무부장관를 예방 하기 전 관계자와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반면 추 장관은 이번 인사를 '개혁 인사'로 규정했다. 그는 윤 총장보다 앞서 검사장들을 만나 "이번 인사는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갈 능력과 자질을 갖춘 분들을 발탁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했고, 공정과 내실을 기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정권뿐만 아니라 앞으로서의 정권을 쳐다보는 해바라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검찰조직의 이해득실만 따지는 조직 이기주의자가 돼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검찰 일각의 비판론에 개의치 않은 채 정반대의 시각을 내비친 모양새다. 이 때문에 향후 뒤따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고립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여권에서도 윤 총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기류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에선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쓴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는 취지의 윤 총장 최근 발언을 고리로 곳곳에서 사퇴론이 분출했다. 다만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해 신중론도 공존한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 총장의 행보를 비판하면서도 "나갈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그렇게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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