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통합당 4대강 예찬론에 '발끈'한 이유는?

통합당, 섬진강 범람에 4대강 사업 소환
문 대통령 "실증적 분석 기회, 깊이있는 조사와 평가 해달라"
2017년 정책감사 1호 지시, 2018년 홍수 예방효과 '0원'
사망·실종, 이재민 대량 발생…통합당 정쟁 시도에 불편함 감지
야당 의도 불순하다고 판단한 듯
靑 "시시비비 분명하게 할 필요" "정쟁 시도 좌시하면 안 돼"

문재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4대강 보가 홍수조절에 어느정도 기여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강 보에 대한 재조사 및 평가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50일이 넘는 최장기간 장마와 폭우로 발생한 전국적 피해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며 "댐의 관리와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함께 깊이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6월 말 남부지방에서 시작된 장마가 50일 가까이 이어지며 인명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난데없는 4대강 홍수예방 효과 검증 논란이 벌어진 셈이다.

◇'물 난리' 속 때 아닌 4대강 소환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을 먼저 소환한 쪽은 미래통합당이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섬진강이 4대강 사업에서 빠진 것이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번 홍수를 겪으면서 그것도 잘못된 판단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4대강 사업을 끝낸 후 지류·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수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재조사와 평가를 당부한 배경에는 사망·실종자가 50명을 넘어서고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자연 재해 상황을 정쟁거리로 끌고 들어가려는 통합당을 정조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8년 7월 감사원이 내놓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예방 가치는 0원이었다.

한강 이포보(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금강 공주보, 영산강 승촌보, 낙동강 강정고령보.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명박 정부가 한강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16개 대형 보를 설치해 가뭄과 홍수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추진한 4대강 사업에는 국민세금 22조원을 투입됐다.

◇文 취임 직후 '정책감사 1호'로 지시한 4대강 사업

문 대통령이 4대강 재평가를 지시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 제왕적 대통령제의 적나라한 폐해로 지적된 국가 동원 대규모 사업을 이 시점에 다시 소환하려는 야당의 의도가 불순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2일 '4대강 사업'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총체적인 감사를 전격 지시했다.

이듬해 7월 나온 1호 정책감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부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4대강 사업'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관련 부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결정해 추진했고, 정부 정책을 세밀하게 조율해야할 국토해양부와 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대통령 지시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국토부는 2009년 2월 준설과 보 규모, 수심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지시한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지만, 당시 정종환 장관은 이를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못했다.

대신 국토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과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다고 보고했다. 또 "3~4m만 추가로 준설하면 대운하 추진이 가능하다", "우선 국토부안으로 추진하고 향후 여건이 조성되면 운하는 별도 사업으로 추진이 바람직하다"고 보고하며 '제왕적' 대통령 의중 헤아리기에 바빴다.

수질개선 효과를 분석해야하는 환경부 역시 2009년 3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 발생 등 수질 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지만 오히려 질책을 받고 조류 등 환영오염과 관련된 문안과 단어를 순화하거나 삭제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 결과를 보고받은 직후 국가 주도 토목 사업에 있어 관련 부처의 정책 결정 투명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주변 참모들에게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 대통령이 이날 4대강 사업 재평가를 언급한 배경에는 수해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안위보다 이를 정쟁거리로 재점화하고, 더 나아가 감사원 감사 결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국가동원 사업까지 미화하려는 통합당의 행보를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청와대 "시시비비 가릴 필요는 있다"

청와대 내부 역시 통합당의 4대강 홍수 예방론에 어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의 문제 제기가 하루 이틀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면서 "분명하게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당의 정쟁화에 문 대통령 역시 직접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에 시시비비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야당의 무책임한 정쟁 시도를 좌시하면 안 된다는 기류가 있다"며 "감사 결과 홍수 대비 효과도 없고 국토부와 환경부가 투명하지 못하게 정책을 추진한 게 드러났는데도, 4대강 사업을 끌어들이려는 통합당 일부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여권에 날을 세워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낙동강 터지고, 영산강 터졌다. 4대강의 홍수예방 효과가 없다는 게 두 차례의 감사로 공식 확인된 사실"이라며 "4대강 전도사 '이재오(미래통합당 상임고문)'씨도 사업이 홍수나 가뭄대책이 아니라, 은폐된 대운하 사업이었다는 사실을 솔직히 인정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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