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준비하다'라는 주제로 2시간짜리 포럼이 열렸다. 제21대 국회가 시작하고 처음으로 영화계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그런 만큼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 대응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영화인들 기대감도 상당했으리라.
올해 초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며 작품상, 감독상 등 주요 부문에서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이후 새로운 한국영화 르네상스가 찾아오나 했더니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와 일상을 무너뜨렸고,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기약할 수 없는 시대에 다다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위기 속에서 영화계 역시 예상하지 못한 위기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 한국영화 다음 100년을 위해 근본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기다. 포럼 제목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날 2시간짜리 포럼 중 발제를 시작하기도 전에 약 3분의 1가량 시간은 주최자인 국회의원과 동료 의원·관계자들 인사말과 축사, 기념사진 촬영과 '플라워 버킷 챌린지'로 채워졌다. 이 시간 안에 영화계를 위한 절실한 마음이 얼마만큼 담긴 것이었는지, 과연 이 현장이 누구를 위한 자리였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물론 주최 측과 관계자들 역시 영화계를 위한 격려의 말 한마디씩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포럼은 명백히 한국영화 위기 극복을 위한 자리였다. 이를 위해 지금도 힘겹게 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한마디라도 더 경청하려 애썼어야 한다. 현장에 온 영화계 관계자들 모습을 바라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이유다.
운과 기적만으로 한국영화가 다음 100년을 준비할 수는 없다. 이날 포럼에서 민규동 감독은 "사실 국회를 향해 쉽게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많은 논의를 고민해서 전달했지만, 국회에 올라가면 블랙홀처럼 그냥 사라지니까"라고 말했다.
토론과 포럼을 반복하고, 자리만 마련한다고 공전의 시간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누적된 위기 속에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은 그저 누군가의 열정과 어떤 이의 노력이 만들어 낸 '기적'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국회나 정부가 말로만 준비해서는 안 된다.
민 감독이 오랜 아쉬움에도 포럼을 찾은 이유는 "그래도 직접 뵙고 말하고 싶어서"였다. 단 한 톨의 희망과 가능성이라도 붙잡고자 국회를 찾은 이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국민을 대신해 국회라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에 선 이들이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