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피해 복구도 이뤄지기 전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5호 태풍 '장미'가 10일 오후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보여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경상남도는 9일 오전 5시를 기준으로 7일부터 내린 비로 인한 인명 피해는 2명이라고 밝혔다.
8일 거창에서 80대 남성이 토사에 깔려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밀양에서는 50대 남성이 하수로에 막힌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하천에 빠져 실종됐다. 수색 중이지만,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섬진강이 범람하면서 하동군 화개면 일대는 거대한 수중도시로 변했다. 마을 주택 지붕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마을과 강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다.
영호남의 상징인 화개장터 상가 등 200여 동도 물에 잠겼다. 가게 안에 있던 약초 등 물품들이 모두 물에 떠내려가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 하동 신기리·두곡리 등 곳곳의 주택이 침수돼 마을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현재 물은 모두 빠진 상태다.
하동 화개면 부춘리 취수장이 물에 잠겨 하동읍 일대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공공하수처리시설 3곳과 중계펌프장 2곳도 침수돼 모두 가동이 멈췄다.
이날 오전 4시에는 낙동강 본류인 창녕군 이방면 우산마을 인근 제방이 50m가량 무너져 마을 주민 수백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산청군 생초면 초곡교 인근 하천이 범람해 40가구 100여 명에게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가 수위가 낮아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서면 주암마을 인근 하천도 범람해 30가구 80여 명이 대피했다가 귀가했다.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 하천의 제방도 30m가량 붕괴돼 주변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까지 하천 범람과 주택 침수, 산사태로 800여 명의 주민이 대피 중인 것으로 도는 집계했다.
산청과 함양, 거창, 합천 등 야산 20여 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진주와 함양, 산청 등에서 25건의 도로 침수와 47건의 토사 유출이 발생했고, 도로 49곳은 교통이 통제됐다. 사천과 함양 등에서 주택 310채가 침수됐고, 차량 침수도 3건이 접수됐다.
진주와 합천, 거창에서 축사가 침수되거나 무너졌고, 닭 500마리가 폐사했다. 하동군에서는 어선 12척이 완전히 부서지거나 일부 파손됐다.
문화재도 물 폭탄을 피해 가지 못했다.
보물 제374호인 산청군 율곡사 대웅전 석축이 붕괴됐고, 국가민속문화재 제10호인 창녕군 술정리 하씨 고택의 담장도 무너졌다. 또, 유형문화재 제224호인 산청향교 등 4곳의 도 지정문화재가 파손됐다.
지난 7일 0시부터 이틀 동안 내린 비의 양은 지리산 454mm를 비롯해 하동 화개 423mm, 산청 357mm, 함양 316mm, 합천 283mm, 거창 281mm, 진주 198mm, 창원 68mm 등 주로 서부경남에 비가 집중됐다.
합천군 황강교와 함안군 계내리, 밀양시 삼랑진교 지점은 여전히 홍수경보가 발령 중이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 태풍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새벽 3시쯤 일본 오키나와 남쪽 600km 해상에서 제5호 태풍 장미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드는 경남에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예상돼 산사태와 축대붕괴, 하천 범람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