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검사는 유착 의혹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의 유심칩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려고 하는 한 검사장을 향해 정 부장검사가 몸을 날렸고, '육탄전' 사태가 벌어졌다. 한 검사장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고, 정 부장검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제지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 부장검사는 다음 날 "팔과 다리의 통증과 전신 근육통 증상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진찰한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하여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원 조치를 하여 현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상태"라며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당시 정 부장검사가 찾아간 곳은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으로 평소 응급환자가 많아 응급실 침대를 쉽게 이용할 수 없는 곳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고열 등 증상이 있으면 아무리 긴급한 환자라도 음성 판정을 받기 전까진 응급실에 들어갈 수조차 없다.
민생위는 "성모병원은 코로나 음성 판정 이전에는 응급실을 포함해 그 어떤 입원실 침대에 누울 수 없는데 정 부장검사는 응급실에 누워 링거 처치를 받았다는 것은 특혜"라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사람이 응급처치가 급해도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기다리며 장시간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 부장검사는 짧은 시간 아주 쉽게 입원할 수 있었던 것은 부장검사 신분을 내세운 부적절한 행위"라며 "성모병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생산·공급·관리하는 재화 및 용역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게 법령에서 정하는 가격 또는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매각·교환·사용·수익·점유하도록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병원 진료시 일반 환자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면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반드시 명시적인 청탁이 있을 필요는 없다. 한 법률 전문가는 "상대방의 지위 등으로 인해 간단한 의사표현 조차도 부담으로 느껴서 그걸 청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충분히 김영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 부장검사나 검찰 측에서 병원에 정 부장검사의 신분과 진료 사실 등을 알렸는지, 의학적으로 당시 정 부장검사의 상태를 응급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부분은 수사 등을 통해 따져봐야 한다.
이어 "혈압이 매우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수액 처방 등 안정화 조치를 한 것"이라며 "일반 환자들도 코로나19 검사 대기 중에 응급처치를 받아야 하면 똑같이 치료받을 수 있다. 정상적인 절차대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에 따르면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 중 열이 있으면 응급실 내에 있는 '격리실'로 옮겨진다. 보통은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실 내 간이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에만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성모병원 응급실 내 격리실에 있는 '음압병실'은 7개다. 원래 3개였는데, 지난 3월 '코로나19 중증·응급센터'로 지정되면서 7개로 늘었다. 이곳에선 대부분 고열의 백혈병 환자나 암 환자가 치료 및 검사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