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는 부산지역에 시간당 8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기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정부 부처와 전국 각 시·도에 '7.21~24일 호우 대비 인명피해 우려 지역 등 재해취약지역 안전관리 철저'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행안부는 공문에서 호우로 인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하면서, 중점 사항으로 '지하차도 펌프 시설 점검, 정비 및 통제 등 안전조치'도 포함했다. 특히 "각 단체장은 자연재해 대처요령에 따라 정위치 비상 근무하라"고 공문에서 강조했다. 또 같은 내용의 공문을 다음날 한 차례 더 발송해 재차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시 재난대응과는 행안부 공문 내용을 확인하고 이를 접수한 뒤, 각 구·군에 호우에 대비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으로 별도 공문을 내려보내기까지 했다.
행안부 공문대로라면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자격으로 정위치에서 비상 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호우경보가 내려질 당시 변 권한대행은 부산시청 근처 한 식당에서 외부인과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본인 설명에 따르면, 변 권한대행은 외부 자리를 마친 뒤 부산시청이 아닌 관사로 돌아가 오후 8시 51분 시민안전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저히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변 권한대행이 있던 식당과 부산시청과의 거리는 불과 900m. 반면 수영구 관사까지 거리는 약 4.5km였다. 도시철도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시청 집무실을 두고 자동차로 20분가량 걸리는 관사로 복귀해 '근무'를 한 셈이다.
시는 이런 입장을 밝히며 행안부에 '공무원 정위치 근무' 개념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별도 규정은 없으나, 경찰과 소방에서 별도 규칙을 통해 규정한 개념을 준용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해당 공문을 작성한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 역시 당시 공문에 표현한 정위치 근무의 의미를 "가능한 한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지휘나 근무를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호우 상황에서 되도록 다른 일은 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하고 상황대처에 신경을 써달라는 의미에서 '정위치 근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지자체장의 경우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게 우선이지만,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사무실에 못 돌아가는 등 불가피한 경우라면 전화나 화상회의를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정위치 근무로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시간대에 다른 행사나 외부 일정을 진행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국민 상식선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경남미래정책 안일규 사무처장은 "호우 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간 것 자체도 문제지만, 이후에라도 시청으로 바로 복귀해 재난에 대응했어야 한다"며 "집중호우로 침수될 수 있는 곳들을 방문하기는커녕 관사로 돌아갔다는 건 본인이 권한대행이라는 걸 망각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시간대 관사가 있는 수영구는 광안리 등 해안을 중심으로 비가 많이 왔는데, 이 사실을 인지했다면 다시 시청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라며 "행안부 공문 지시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외부 일정을 소화한 이유와 관사행을 결정한 경위 등을 소상하게 밝힐 것"을 권한대행에게 요구했다.
부산CBS는 변 권한대행에게 여러 차례 직접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경찰은 지하차도 참사 관련 정의당과 유족 측이 변 권한대행 등을 고소·고발한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