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의원은 지난달 24일 통합당 의원 25명을 대표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보도에 대한 방심위와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의 이중규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법안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에는 "현행법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유지와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심의하도록 하고 있으며, 그 내용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규정을 위반한 경우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등 보도에 관한 내용은 합리적 의심에 근거한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이더라도 심의 대상이 되어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 또한, 보도에 관한 내용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하여 정정보도·반론보도의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중규제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있음.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에서 보도에 관한 내용을 제외하려는 것임"이라고 담겼다.
이에 따라 현행 방송법의 제32조(방송의 공정성 및 공공성 심의)에는 "다만, 보도에 해당하는 내용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를 새로 붙이고, 제33조(심의규정)에서는 기존 항목 중 '보도·논평의 공정성·공공성에 관한 사항'을 삭제한다는 개정안이다.
학계에서는 이같은 입법 시도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자칫 보도 형식이기만 하면 모조리 방심위 사후심의나 제재를 면제 받게 돼 방송사의 공적 책임이 소홀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거론된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합리적인 의심과 의혹도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방심위와 언중위에서도 정확,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하거나 반론권이 없는 경우, 혹은 한쪽 의견만 실은 보도에 대해서만 심의를 하고 있다"라며 "언론은 객관성과 공정성에 기반을 둬야 하는데 이번 법안은 이를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짜뉴스'나 정파적·악의적인 왜곡 보도 범람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보도 면책의 핵심 기준인 '합리적 의심'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이 법안이 명문화된다면 합리적 의심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까 하는 문제도 따른다. 정의기억연대 사태를 보더라도 당시에는 합리적 의심으로 작성된 기사지만 이후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정보도가 나오고 있다. 보도 때문에 단체나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어떻게 심의를 하지 않고 보도의 공정성을 지킬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언론사 마음대로 보도하고 추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법안이 불러올 부작용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으로 과거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상, 최은희여기자상, 국제엠네스티언론상, 한국여기자협회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이력의 조 의원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객관성 유지의 중요성도 경험해본 조 의원이다. 그는 지난 2월 19일 채널A 뉴스프로그램 '정치데스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한 김남국 후보에 대해 "김남국 변호사 같은 경우에는 머리맡에 조국 교수의 사진을 두고 자고, 조국 교수를 위해 기도하면서 맨날 자고, 이게 딱 언행을 보면 왜 '대깨문'이라는 요즘 단어 있지 않냐"라며 '대깨문'의 뜻이 "머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말해 해당 방송이 방심위로부터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다. 또 커뮤니티에 떠돌던 정치적 의혹에 연루 인사들의 '이름 궁합'을 보도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4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은 채널A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으로 인해 재승인 취소 위기에 몰렸다. 올 상반기에만 3건의 법정 제재를 받았다. 법정 제제 5건 이하 유지 등의 조건을 부여받은 TV조선의 경우 이미 5건을 다 채운 상태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방심위의 제재를 무력화시키면서 재승인 과정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의원측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확대 해석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조 의원측 관계자는 "가짜뉴스 남발에 대해서는 미리 예단할 수는 없는 문제"라며 "법안 내용 그대로 받아들여 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