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들은 정부가 내놓은 뉴딜 정책에 5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지원한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3일 5대 금융그룹 회장과의 조찬간담회에서 한국판 뉴딜 정책 지원에 대한 협조를 구하자마자 응답한 것이다.
KB금융은 간담회가 끝나자마자 연간 1조 5000억원씩 2025년까지 모두 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국판 뉴딜 정책 가운데 민간 투자 규모가 큰 '디지털 그린·융복합'과 '그린 뉴딜' 부문을 핵심 추진 과제로 선정했다. 신한금융도 같은날 기존 혁신성장 대출·투자 공급액을 20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도 향후 5년 동안 각각 10조원의 금융 지원 계획안을 밝혔다. 하나금융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사업에 투자하고, 신재생에너지 투자 주선에 집중적으로 참여해 한국판 뉴딜을 실현에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우리금융도 5년간 디지털 뉴딜에 3조3000억원, 그린 뉴딜에 4조5000억원, 안전망 강화에 2조2000억원 등 총 10조원 규모의 여신 및 투자를 지원키로 했다.
게다가 4대 금융그룹이 총 50조원 규모의 투자를 하지만, 실제 투입하는 금액은 그다지 크지 않고 실상은 금융사들의 원래 업무인 회수 가능한 투자나 대출 등 금융 지원이 대부분이다. 한 금융업계의 관계자는 "언론 보도에는 대대적으로 몇 십조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 회수 불가능한 돈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정부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손실은 적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도 "10조 투자에는 대출 등도 다 포함된다. 대출의 경우 이자까지 받는 것이고 투자도 주식 투자나 지분 투자가 될 수 있으므로 차액이 실현될 수도 있다"면서 "다만 담보 위주의 여신(대출)을 하는 걸 떠나서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더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들이 리스크를 부담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그룹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과 관련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도 이런 통큰 결정의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정부가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모아 조찬까지 열면서 협조를 요청했는데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현실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금융이 규제산업인데 정부의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면서 "정부 주체별로 요청하는 내용이 다 달라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도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