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이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규정짓고 강경조치들을 단행함에 따라 각종 혼란상이 파생된 만큼 추 장관이 적절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와 수사팀 모두 아직 수사가 끝난 게 아니라며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4개월 수사 중간 결과는 '협박 취재'…'유착 알맹이' 빠졌다
추 장관은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인 6월27일 "문제는 검언(檢言)유착"이라며 이 사건의 성격을 일찌감치 규정했다. 그보다 이틀 앞선 25일에는 의혹의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감찰 방침을 공표하고 직무배제 조치까지 단행했다. 당시 이 조치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수사결과도 안 나왔는데 너무 섣부르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수사팀이 5일 내놓은 중간 결과물은 추 장관의 규정과 달리 '기자의 협박취재 사건'에 가까웠다. 수사팀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관련 비위 제보를 내놓을 것을 협박한 것으로 의심해왔지만, 4개월 동안의 수사에도 핵심인 '공모' 관계는 밝혀내지 못했다.
◇일찌감치 '검언유착' 규정지은 추미애…"책임론 불가피"
상황이 이 같이 전개되자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이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지휘 감독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이쯤 되면 적절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 간부급 검찰 관계자는 "만약 검찰총장이 이 사건처럼 지휘했다면 지금쯤 책임을 졌을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원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선 말을 극도로 아끼는 것이 관례인데 장관이 너무 앞서나간 측면이 있다. 그에 따른 혼란상도 상당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을 함부로 사용해 지휘서신을 남발하고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었을 것 같지 않은 한 검사장의 문책성 보직변경 등의 검찰청법 위반 및 직권남용 등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것인가"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추 장관은 처음부터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예단했다"라며 "추 장관은 이번 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사퇴론까지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에 법무부는 "수사가 끝난 게 아니다"라며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사팀도 "기소된 (기자) 2명을 제외한 나머지 관련자들 및 관련 고발사건 등은 계속 수사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일반인 눈높이에서 사건을 심의하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수사팀 측 설명까지 청취한 뒤 '한동훈 불기소‧수사중단'을 권고했음에도,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추가 수사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사팀 내부 다수의 검사들이 한 검사장에 대한 공모 혐의 적용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 데다가, 이번 수사를 이끌어 온 지휘부의 인사이동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 핵심 관계자는 "일부 검사가 바뀐다고 해서 수사에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편 중앙지검은 국민적 이목을 집중시킨 이번 사건 중간수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공식 브리핑은 하지 않았다. 추 장관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지휘자로 꼽히는 이성윤 지검장의 침묵도 이어지는 가운데, 임박한 검찰 인사와 관련해 수사 연속성을 고려한 이 지검장의 유임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