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이 곱지 만은 않다. 수사 초기부터 짜여진 '검언유착' 프레임에 수사팀이 과도하게 매몰돼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진웅 부장검사)는 5일 이 전 기자를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수사에 착수한지 약 4개월 만이다. 취재에 동참한 채널A 백모(30) 기자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도록 압박했다가 미수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그 근거로 이 전 기자가 올해 2~3월 수감중인 이 전 대표에게 보낸 5통의 편지를 들었다.
해당 편지에서 이 전 기자는 '검찰이 이 전 대표 본인과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해 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그간 이 전 대표는 '편지를 받고 공포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는데, 수사팀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수사팀은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관계는 포함하지 않았다. 이 전 기자의 취재 과정에 한 검사장이 가담했다는 게 MBC가 보도한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의 골자이지만, 정작 핵심적인 부분이 쏙 빠진 셈이다.
수사팀은 "한 검사장 본인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함구하는 등 비협조로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해 현재까지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으며, 1회 피의자 조사도 종료하지 못했다"고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한 검사장을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은 데에는 수사팀이 그만큼 공모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짙다. '검언유착'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사팀은 기소 전날까지도 이 전 기자의 노트북을 재차 포렌식하는 등 물증 확보에 주력했지만 별다른 자료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수사팀은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수사 계속 방침을 밝혔지만 전망은 어두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는 핵심 피의자의 기소에서부터 '검언유착'이라는 대전제가 흔들렸다는 분석이 깔려있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한 검사장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도 수사팀에는 부담이다.
한 검사장 측은 이날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자신의 공모 관계가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애초 공모한 사실 자체가 없으므로 공모라고 적시 하지 못한 건 당연하다"며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돼온 '검언유착' 프레임에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중앙지검이 진행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수사팀은 그동안 '검언유착' 의혹에만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전 기자 측은 "이번 사건은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제압할 만큼의 구체적인 해악의 고지가 없는 사안임이 명백하다"며 "향후 검찰 조사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재판 과정에서 강요미수죄의 증거 관계와 법리를 적극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