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고유민 멘탈코치 "'돈 떨어져도 돌아오지마' 악플에..."

故 고유민 선수 악플에 눈물만 흘려
여성 스포츠 선수엔 선정적 댓글
악플→경기력 저조→악플 악순환
'토토쟁이' 돈 잃은 분노를 선수에
스포츠 분야 포털 댓글 막을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최선호(故 고유민 선수 마지막 상담사 멘탈코치)

지난달 31일 배구선수 고유민 선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고 고유민 선수는 2013년 현대건설에 입단한 뒤로 7시즌 동안 공격형 레프트로 활약했던 유명한 선수입니다. 그런데 지난 2월, 팀의 주전 리베로가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우게 됐어요. 자신의 포지션이 아니었던 터라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없었고 그때부터 고유민에 대한 비난 댓글이 폭탄처럼 쏟아졌습니다.

결국 고유민 선수는 SNS를 닫았는데요. 개인 쪽지로도 악플 공격은 이어졌고 팀 내 불화까지 겹치면서 3월 초에 팀을 이탈합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그의 임의탈퇴를 결정하죠. 지금 고유민 선수의 유서는 남아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기가 남아 있고 또 바로 2주 전에 고 선수를 만나서 상담을 한 멘탈코치의 증언이 있습니다. 오늘 그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죠. 최선호 스포츠 멘탈코치 연결돼 있습니다. 최선호 코치님, 나와 계세요?

◆ 최선호> 네, 안녕하세요. 멘탈코치 최선호입니다.

◇ 김현정> 멘탈코치라고 하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선수들 심리를 어루만져주시는 분 이렇게 생각하면 되나요?

◆ 최선호> 네, 선수들의 일상생활이나 훈련상황, 또는 경기 상황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생각과 마음을 긍정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두산베어스 소속이신데 어떻게 2주 전에 고 선수를 상담을 하게 되셨어요?

◆ 최선호> 저는 유튜브 스포츠 채널에서 멘탈코치로도 진행을 맡고 있는데요. 담당 PD가 고유민 선수를 섭외를 하게 돼서 2주 전에 처음 만나서 촬영을 통해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 김현정> 불과 2주 전. 그러면 상담을 한 지 얼마 안 돼서 이런 일이 벌어져서 코치님도 충격이 크시겠어요.

◆ 최선호> 네, 지금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촬영 다음 날 다시 만나서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했는데 고유민 선수 개인사정으로 당일에 약속이 취소가 됐어요. 그리고 그다음주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너무 안타깝고 미안한 그런 마음입니다.

◇ 김현정> 촬영 후에 따로 또 상담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던 거예요?

◆ 최선호> 네, 사실 몇 번 도움을 주려고 약속을 했었거든요.

故 고유민 선수의 프로 배구 경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 김현정> 그러셨군요.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고 지금 사실 좀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서서 내가 이 말을 해야겠습니다.” 라고 인터뷰에도 응하신 거예요.

◆ 최선호> 네.

◇ 김현정> 고유민 선수를 만났을 때 무슨 이야기를 하던가요?

◆ 최선호> 일단 두 가지의 이슈가 있었는데요. 하나는 전에 몸담았던 팀에서 포지션 변화로 인한 힘든 과정과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또 하나는 그로 인해서 경기력이 떨어지게 됐고, 많은 인터넷상에서 (받은) 악플들로 괴로운 심정. 인신공격성이라든지 ‘발로 해도 너보다는 낫겠다.’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로 ‘돈 떨어지면 다시 배구판 돌아올 생각하지 마라.’ 이런 얘기까지도 고유민 선수가 들었거든요.

◇ 김현정> ‘돈 떨어지면 배구판 돌아오지 마라.’라는 악플까지 달았다고요?

◆ 최선호> 네.

◇ 김현정> 그 얘기를 본인이 하면서.

◆ 최선호> 끊임없이 계속 눈물을 흘렸습니다.

◇ 김현정> 카메라가 돌아가는데도 계속 눈물을 흘릴 정도로.

◆ 최선호> 네.

◇ 김현정> 여자 배구에 특히 악플이 좀 많이 달린다는 게 사실이에요?

◆ 최선호> 사실 모든 스포츠에 악플은 존재합니다. 실제로 야구나 축구와 같은 활성화된 프로스포츠의 경우에도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악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요. 또 플레이에 대한 불만은 물론이고 인신공격의 가족에 대한 언급까지 다양한 형태의 악플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故 고유민 선수. (사진='스포카도' 영상캡처)


◇ 김현정> 가족에 대해서도 악플을 써요?

◆ 최선호> 네. ‘너를 그렇게 낳고 미역국은 먹었냐.’ 이런 식으로 시작해서. 특히 여성 스포츠 같은 경우에는 선정적인 댓글들의 수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아주 저질스러운 표현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선수들이 느끼는 수치심이 훨씬 더 클 거라고 그렇게 느껴집니다.

◇ 김현정> 공인이다 보니까, 혹은 스포츠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그런 평가들을 받으면서 자랐을 테니 내성이 생기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는데 그게 아니란 거죠?

◆ 최선호> 스포츠 경기의 특성상 그날 경기가 바로 바로 실시간급으로 기사화 되고 또 경기가 끝난 이후에 스스로도 매우 힘든 상태일 텐데, 비난도 실시간 수준으로 올라오다 보니까 더 힘든 마음이었을 겁니다. SNS에서의 댓글의 방식은 매우 일방적인 소통 방법이거든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는 일방적인 평가가 난무하게 되고 또 선수는 반박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지게 됩니다.

◇ 김현정> 반박을 할 수 없죠. 틀린 게 있어도 뭐라고 지적할 수도 없고, 바로 잡을 수도 없고,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없고.

◆ 최선호> 네, 그런 일방적인 소통이 더욱 답답하게 했을 거고요. 운동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어릴 때부터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들 그룹 내에서만 대화를 많이 하다 보니까, 경기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와는 다른 스트레스에는 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그런 환경이거든요.

◇ 김현정> 운동 외적인 스트레스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 최선호> 네.

◇ 김현정> 내상이 아주 커요?

◆ 최선호> 실제로 운동선수들은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경기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댓글이나 이런 것들이 야구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밤에 늦게 경기가 끝나잖아요. 집에 가서 자기 영상을 확인하면서 이런 (악성)댓글들을 보게 되면 아무래도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상황들이 있을 수 있고, 그럼 그다음 날 훈련상황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가 있죠.

◇ 김현정> 그러면 또 성적이 안 나오는 거고, 그러면 또 지독한 악플이 붙고, 또 그 악플 보고 상처 받고, 악순환이네요.

◆ 최선호> 네.

◇ 김현정> 또 하나는 이런 얘기도 있어요. 악플이 스포츠 토토와 관련이 있다, 이건 무슨 얘기죠?

◆ 최선호> 저도 그 내용을 댓글을 통해서 볼 수가 있었는데요. ‘토쟁이’라는 표현을 되게 많이 쓰거든요.

◇ 김현정> 토쟁이?

◆ 최선호> 네. 스포츠 토토를 통해서 도박하는 사람들을 토쟁이라고 표현을 많이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선수에게) 안 좋은 댓글을 달았을 때 그 밑에 진짜 팬들은 ‘너 토쟁이지?’ 라고 하면서 역비난을 해 주는 진성 팬들이 있거든요.



◇ 김현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고유민 선수를 떠나보내고 나서 슬퍼만 할 일이 아니라 대안도 마련을 해야 될 텐데요. 연예 기사면 같은 경우에는 연예인 몇 명을 떠나보낸 뒤에 댓글창을 닫아버렸어요. 이제 댓글 기능이 없습니다.

◆ 최선호>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스포츠면도 그렇게까지 해야 된다고 보세요? 아니면 아직은 그래도 정화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세요?

◆ 최선호> 아니요. 저는 그런 기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당사자들은 굉장히 충격이 크거든요. 그래서 제가 봤을 때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끝으로 지금 스포츠 선수들 혹은 스포츠 꿈나무들이 듣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악플에 시달리는 상황에는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 어떻게 스스로를 좀 단련시켜야 하는가, 한 말씀주신다면요?

◆ 최선호> 사실 저는 모든 스포츠 선수들 되게 존경합니다. 아마 이것은 현장에서 매일 땀 흘리고 노력하는 선수들을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느끼는 그런 마음일 건데요. 우리 선수들의 가치가 누군가의 글 하나로 스스로 평가하는, 그런 기준이 된다는 것이 저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손가락을 (선수)여러분이 컨트롤 할 수 없겠지만 내가 내 가치를 인정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선수)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우리 스포츠 선수들을 진심으로 응원을 해주고 싶습니다.

◇ 김현정> 네.

◆ 최선호>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고 싶은 분이 있는데요. 고유민 선수, 사실 지켜주지 못해서 많이 미안한 마음이고요. 또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잠겨 있던 유민 선수 부모님과 동생을 보면서 저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지금에서야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김현정> 코치님도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어요. 코치님이 끝까지 도와주시려고 했는데 그게 안 돼서 더 마음 아파하고 계시는 건데. 이제 우리가 대안을 잘 만들어 내는 게 고유민 선수를 위한 길일 것 같아요. 그 길에 함께 나서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최선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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