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미 무면허 음주운전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A씨. 그는 "7월 29일 또 무면허로 음주운전을 하다 스쿨존에서 사고를 냈다. 어떻게 하면 좋냐"며 카페 회원들의 조언을 구했다. 해당 글에는 200여건에 이르는 댓글이 달렸다.
글쓴이가 조언을 구한 카페는 행정심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행사모)이다. 운영진이 밝힌 카페 소개에 따르면, 각종 행정기관으로부터 부당한 행정 처분을 받은 개인들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2007년 개설된 카페다.
운영자는 카페 첫 화면으로 '음주와 운전은 함께 할 수 없습니다'라는 포스터를 띄워 놓으며 음주운전에 관한 행정 처분은 도움을 주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게 했다. 하지만 이 카페는 이미 음주운전, 뺑소니 등 사고 가해자들이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는 노하우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활용되고 있다. 회원 수는 7만 명에 달한다.
가령 한 회원이 과거 음주운전 전력과 사고 당시 상황, 혈중 알코올 농도 등을 설명하면 다른 회원들이 구제 가능성과 벌금의 규모, 구제 절차 등을 댓글로 알려주는 방식이다.
댓글에는 "초범이고 생계형 운전자라 이의신청이 가능하겠다", "이 정도 수치면 행정사에 의뢰하는 게 유리하다" 등 구체적인 구제방안뿐 아니라 "'2진'에 집유도 카페에서 본 적 있다. 힘내라"와 같은 격려의 말까지 달리고 있다. 댓글에서 언급된 2진이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횟수가 2회라는 의미로, 카페 회원들이 쓰는 은어다.
행정심판에서 쓰일 반성문 피드백도 이뤄지고 있다. 카페 운영진은 '반성문 샘플' 게시판에 음주운전 행정심판 구제용 반성문 샘플을 공지해놨다. 회원들은 이 샘플을 참고해 반성문을 작성·게재한 뒤 다른 회원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이 게시판에는 카페를 거쳐 간 수많은 회원들의 반성문이 초안부터 퇴고안, 최종안까지 올라와 있다. 피의자들의 반성문이 진화를 거듭하며 데이터로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운영진은 구제에 성공한 회원의 반성문을 공지로 띄워 놓기도 했다. 같은 죄를 저지른 이들의 반성문이 재탕, 삼탕으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피의자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커뮤니티에서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행정사, 변호인에 반성문 대필을 부탁하는 일은 음주운전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며 "이를 통제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 이런 사례를 가려내야 하는데 무심한 부분이 있다. 법 집행이 바로 잡히지 않는 한 이런 행태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