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투자하면 '내 집'된다…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란?

2~40% 투자하면 내 집…팔고 싶으면 팔 수 있어
운영기간은 9억 초과 아파트 30년·9억 이하 선택
"시장에 재갈 물리지 않고 개인 판단에 맡기는 것"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주택 분양가의 20~40% 지분만 얻으면 집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나온다.

서울시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한 세부 공급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서울시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라는 새로운 분양주택 모델을 선보였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오는 2028년까지 공공·민간 택지 포함 총 1만7,000호까지 공급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택 분양가의 20~40%를 지분으로 취득하고 나머지 지분은 20년 혹은 30년에 걸쳐 저축하듯이 내 주택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입주 전에 분양대금은 완납해야 하는 기존 공공분양 방식에 비해 초기 자금 부담이 적어 자산축적 기회가 적은 3040세대로 하여금 내집 마련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소득기준은 정부의 청약제도 개편방안을 고려해 소폭 완화할 계획이다.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50%로 완화하되 자산은 부동산(토지+건물) 합산 2만1,550만원 이하, 자동차 2,764만 원 이하를 적용한다. 다만 일부 무주택자를 위해 순위별 추점을 적용할 방침이다.

종류로는 공공분양모델과 임대 후 분양 모델이 있다.

공공분양모델은 처음부터 지분분양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기존 공공분양주택과 마찬가지로 전매제한과 실거주 의무를 부과한다.

임대 후 분양모델은 8년 임대 후 지분분양 전환 방식으로 민간사업에도 적용 가능하다. 최초 임대주택 입주시점에 산정한 분양가에 적정 금리를 가산해 수분양자가 미래 분양전환 금액이 예측 가능하다.

이번 상반기 SH에서 공공분양으로 공급한 마곡 9단지 전용면적 59㎡에 적용해보면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서는 분양가인 5억의 25%인 1억 2,500만원을 내면 일단 내 집이 된다.


나머지 75%는 4년마다 15%씩, 약 7천5백만 원을 추가로 납입하면 된다.

운영기간은 분양가 기준으로 9억 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인 경우 30년형을 기본으로 하고, 9억 원 이하의 경우 수분양자가 20년 또는 30년형을 선택하도록 할 계획이다.

단 운영기간 동안 취득하지 못한 공공지분에 대해서는 행복주택 수준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유사한 지역의 행복주택 공급사례를 기준으로 최초로 입주할 때 내야하는 임대료는 대략 보증금 1억, 월임대료 14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지분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초기에 납입했던 보증금을 돌려받아 지분 취득에 보탤 수 있고 임대료도 점점 낮아진다.

따라서 지분취득과 임대료를 합치면 실제로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나온다.

입주시점에는 지분 취득비용과 임대보증금을 합해 2억 2,500만원을 내면 된다. 이후 추가 지분 취득 시 임대보증금을 돌려받는 금액을 공제하면 지분 15% 취득비용은 약 6천만 원 내외(연평균 1,500만원 수준)이다.

목돈이 부족한 경우 임대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전환할 수 있다. 최대 절반을 전환하면 총 부담액은 1억7천만 원으로 줄어들지만 월 임대료는 31만원으로 늘어난다.

시는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 최초분양가에 정기예금금리 정도만을 가산해 받기로 했다. 지분을 분양받는 시점에서 미래에 납입해야 하는 전체 금액이 확정되는 셈이다.

서울시 김성보 주택건축본부장은 "지난 정책들에서 분양전환 시 시세 상승으로 인한 수분양자의 부담 증가를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매제한이 종료되면 주택처분도 가능하다. 제3자에게 주택 전체를 시가로 매각해 처분시점의 지분 비율로 공공과 나눠가지게 된다.

이때 공공은 정상가격 여부만을 판정한 후 매각동의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는 개인 지분이 낮은 경우 처분수익 자체가 낮기 때문에 단기 투기수요의 유입을 차단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수분양자의 장기 거주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시 설명이다.

또 거주기간이 장기화되면 주택거래 빈도가 감소해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전매제한 기간 후 지분적립형 물량이 나오면 집값이 상승할 우려가 있지 않냐는 지적에 서울시는 "수요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답했다.

운영기간 20년짜리 주택의 경우 전매제한 기간인 10년이 지나면 개인의 지분이 50%에 해당한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만약 전매제한 기간이 끝나고 주택 가격이 4억 상승했다면 개인은 2억을 얻기 위해 주택을 판매할지 혹은 10년을 더 기다려서 주택을 소유할지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익의 절반이 공공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개인이 섣불리 판매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본부장은 "강제로 재갈을 물리는 것보다 주택을 살 거면 차분히 모아서 내집을 마련하고 팔고 싶으면 팔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해외에서도 이미 시행중이다. 영국의 '지분공유제(shared ownership)'를 시행 중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 정책을 시행중에 있다.

서울시는 시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물량에 가능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적용할 계획이다. 시는 보유한 주택 물량의 절반은 지분적립형으로 공급하고 지속적으로 물량 늘릴 예정이다.

또 향후 민간에서도 3040세대가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보유 할 수 있는 주택이 보다 확산되도록 중앙정부 등에 법령개정 등을 적극 요청할 계획이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