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뛰어들어 이웃 구한 외국인 알리 씨 '의상자 인정'

불법체류 신분에도 불길 속 주민들 구해 '화제'
알리씨, 법무부에 영주권 신청 자격도 얻게 돼

양양 원룸 화재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인 10여 명을 구한 뒤 화상을 입은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 씨(28·카자흐스탄)(사진 왼쪽)가 의상자로 인정받아 4일 의상자 증서를 전달 받았다.(사진=양양군청 제공)
강원 양양 원룸 화재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인 10여 명을 구한 뒤 화상을 입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율다셰프 알리 압바르 씨(28·카자흐스탄)가 '의상자'로 인정받게 됐다.


4일 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24일 의사상자 심사위원회를 열고 알리 씨를 의상자로 인정했다. 알리 씨는 이날 오전 10시 양양군청에서 의상자 증서를 직접 전달받았다. 의상자로 인정됨에 따라 의상자 증서와 보상금을 지급받는 것은 물론, 법무부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자격도 얻게 됐다. 알리 씨는 이달 중 영주권을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의사상자는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구하려고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위험을 무릅쓴 채 구조행위를 하다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사람을 뜻한다. 사망한 사람은 의사자, 부상을 입은 사람은 의상자로 구분한다.

앞서 지난 4월 23일 오후 11시 22분쯤 양양군 양양읍의 한 3층 원룸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귀가하던 알리 씨는 불을 목격하고, 직접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구조 과정에서 목과 귀, 손 부위에 2~3도의 중증 화상을 입었다.

해당 사건은 알리 씨가 불법 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정작 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알리 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체류 기간을 넘겨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이웃 주민이자 양양 손양초등학교 장선옥 교감은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강원도 민원신문고에 '화재 현장에서 귀중한 생명을 살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의상자로 선정해 달라'는 글을 올리며 처음으로 사연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알리 씨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글이 올라오고, 경찰과 지자체에서 긴급 생계비와 화상 치료비를 마련해 주는 등 곳곳에서 도움의 손길이 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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