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법회 선거 결국 1년 연기…정말 코로나 때문일까

캐리 람 장관 1년 연기 방침 공식 천명
법률적 문제 해결위해 전인대 상무위 개입 촉구
전인대 8월 8일부터11일까지 개최키로
코로나 뿐 아니라 선거 패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
범민주 진영 반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31일 정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람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오는 9월로 예정된 입법회 의원 선거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행정장관이 코로나19를 이유로 오는 9월 6일 실시할 예정이었던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했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모두 확정된 31일 오후 5시(현지시간) 이같은 조치를 발표하면서 향후 1년간 입법부 운영과 현재 의원들이 임기 연장 등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개입을 요청했다.

람 장관은 입법회 선거 연기를 위해 홍콩이 영국 식민지였던 시절 홍콩 지도자(총독)에게 주어졌던 비상조치권한을 동원했으며 자신의 이런 결정이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행 홍콩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홍콩기본법 하에서는 입법회 임기는 4년으로 명확히 규정되어 있어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람 장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정부의 최고 입법기구인 전인대 상무위원회에 긴급 서한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람 장관이 식민지 시절 홍콩의 최고 책임자에 주어졌던 비상조치권을 행사한 것은 지난해 송환법 반환시위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람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영국도 지난 5월에 예정됐던 선거를 1년간 연기하는 긴급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지난 15일까지 전 세계 60개 국가에서 선거를 연기했고 49개 국가만이 예정된 투표를 진행했다며 선거 연기 결정의 정당성을 옹호했다.

캐리 람 행정부의 선거 연기 결정에 대해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에 출마자격이 박탈된 4명의 의원을 포함한 22명의 야당 범민주 진영 의원들은 홍콩기본법에 따르면 선거연기는 14일만 가능하다며 그 이상을 연기하는 것은 헌법적 문제를 야기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캐리 람 행정부의 선거 연기 배경에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뿐 아니라 지난해 구의원 선거처럼 야권에 패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인대 상무위원회가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여러 법률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논의 예상 안건에 홍콩 문제는 없지만 캐리 람 장관이 개입을 요청한 만큼 입법회 선거 연기에 따른 의원들의 임기 연장 등의 문제에 대해 유권 해석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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