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가수 겸 뮤지컬 배우 김준수(33·JYJ)의 소회다.
2010년 1월 '모차르트! 초연. 김준수는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선 날을 잊지 못한다. "모차르트가 빨간 재킷이 든 박스를 들고 '프레스도 비바체'를 외치면서 무대에 등장하죠. 무대로 나가기 1시간 전부터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긴장했어요."
그는 "가수 데뷔 무대보다 더 떨렸다"고 했다. "그땐 그룹으로 활동했으니까 멤버들한테 의지했지만 뮤지컬은 혼자잖아요. 더구나 1년 여간 공백기가 있어서 더 그랬어요. 지금도 5만석 콘서트장보다 1천석 뮤지컬 공연장에서 더 떨려요. 뮤지컬은 노래·연기·춤까지 할 게 많고 잘 못하면 다른 배우들한테 피해를 주니까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죠."
김준수에게 뮤지컬은 위안이자 놓을 수 없는 끈이다. 그는 "'항상 이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해왔다. 그런데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스스로 단단해졌고, 동료들과 함께 작품을 하면서 뮤지컬을 더 사랑하게 됐다"며 "가수활동과 달리 뮤지컬은 다른 배우들과 공정하게 같은 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위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준수의 대표작으로는 '드라큘라'(2014·2016·2020)가 손꼽힌다. 특유의 탁성과 카리스마는 드라큘라 역에 최적화되어 있다. 그는 "최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처럼 하라'며 전 세계 뮤지컬 배우들에게 관련 자료를 보여줬다고 하더라"며 "뮤지컬에서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지만, 사실 관객을 웃길 때 카타르시스가 더 크다. 코믹하고 망가지는 역할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수가 뮤지컬계에서 이룬 또다른 공로는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 배우를 겸업하는 발판을 마련해줬다는 점이다. 김준수는 "10년 전과 달리 요즘은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에 대해 욕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뿌듯하다"고 웃었다. '개척자의 삶이 고달프지 않았느냐'고 묻자 "아이돌 출신을 색안경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기 때문에 더 이를 악물고 했다. '최고의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 보다는 '김준수는 뮤지컬을 사랑하는 배우'라고 인정받고 싶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10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서 쉼없이 달려왔다. 뮤지컬 초짜는 어느새 최고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배우로 우뚝 섰다. 높아진 관객들의 기대치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김준수는 "전혀 없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인기는 영원하지 않아요. 오히려 지금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기적이 최소 5년 전에 끝났어야 해요. 하하. 관객이 안 올까봐 걱정하는 대신 티켓 값이 아깝지 않게 좋은 공연을 보여주자는 생각만 해요." 그러면서 "50살쯤 되면 티켓파워가 어딨어요? 조용히 묻어 가는 거지. 그때까지 무대에 서는 자체가 행복일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 늙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수는 마지막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매일매일 무대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어요. 그래서 한 순간도 허투로 할 수 없어요. 3시간 동안 마스크 쓰고 공연 보는 게 쉽지 않잖아요. 관객분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