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 만에 스피츠 죽인 로트와일러…견주 처벌 못한다?

'맹견' 로트와일러의 공격에 소형견 사망하는 사건 발생
견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 커져…국민청원 3만 명 돌파
전문가 "현행법상 재물손괴…가해견주 형사 처벌 어려워"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A씨가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던 중 대형견 로트와일러의 습격을 당해 반려견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 캡처)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맹견' 로트와일러가 산책 중이던 소형견을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견주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로트와일러 견주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아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 25일 소형견 스피츠 견주 A씨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산책을 하다 대형견 로트와일러의 공격을 받았다. 로트와일러가 A씨의 반려견을 죽음으로 내모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5초. 이를 말리던 A씨 역시 부상을 당했다.

특히 로트와일러는 목줄이 풀린 채 입마개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가해견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은평경찰서에 고소했으나, 경찰은 "혐의 입증이 어렵다"며 A씨를 돌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로트와일러 개물림 사망 사건의 가해견주가 개를 키우지 못하게 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힌 청원인은 "가해자는 오래전부터 입마개는커녕 목줄도 하지 않은 채 대형 맹견인 로트와일러를 주택가에 풀어놨다"며 "컨트롤하지도 못 하는데 자기 집 현관에서 목줄도 잡지 않고 방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같은 패턴의 사고가 벌써 5번째"라며 "이런 살생견이 집 앞에서 살고 있는데 견주에게 아무런 처벌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 대형 맹견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무조건 라이센스를 발급받게 하고, 입마개 없이 맹견 산책시 1,000만원 이상 과태료를 물리는 등 제발 강력한 규제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30일 17시 기준 3만 2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현행법상 가해견주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맹견 관리에 관한 동물보호법 13조에 따르면 견주는 3개월 이상인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하거나 맹견의 탈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적정한 이동장치를 해야 한다.

가해견주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동물보호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견주를 상대로 형사상 소송 제기도 가능하다. 형법 266조 과실치상을 적용할 수 있고 처벌은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다.

하지만 동물이 맹견의 공격을 받았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현행법은 동물을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로트와일러 견주가 스피츠를 죽인 혐의는 '재물손괴(형법 366조)'에 해당한다. 이 조항은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손괴죄는 과실손괴를 인정하지 않는다. 스피츠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사실상 가해견주에 형사책임을 묻기 힘들다는 의미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김슬기 변호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맹견이 동물을 공격한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는 법이 손괴죄밖에 없다. 그런데 손괴죄는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견주를 형사 처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피해견주가 스피츠를 보호하려다 상처를 입은 데 대해서도 무조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김 변호사는 "동물보호법상 안전의무 조치를 하지 않아 사람에 상해를 입혔을 때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은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친 정도가 상해에 이르는지가 중요하다. 상해에 이르는 부상이어야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생명이 없는 물건을 망가뜨렸을 때와 동물을 (실수로라도) 죽게 했을 때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그런데 법에서는 그 차이를 두고 있지 않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민법과 형법 등에서 동물을 물건으로만 취급하고 있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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