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권'에 '복도식 아파트'…혐오로 얼룩진 방송가

특정 지역·계층 비하 의미 해석 단어 여과 없이 노출
안경현 '광주 여권'·기안84 '복도식 아파트' 발언으로 '도마 위'
"외주 제작 보편화…완제품 검수 시스템 작동 안 해"
"제작 주체들 차별과 혐오 인식도 부족…개선 없이는 문제 계속"

(사진=유튜브 캡처)
'광주 여권'부터 '복도식 아파트'까지 때 아닌 혐오·차별 발언들이 방송가를 점령했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향한 비하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들이 여과없이 방송에 노출되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안경현 해설위원은 SBS스포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ㅇㅈTV'에 출연해 '광주 여권' 발언으로 지탄을 받았다.

안 해설위원은 진갑용(기아 타이거즈)과 통화 후에 "나는 광주 못 간다. 가방에 항상 여권이 있다. 광주 가려고"라고 말했다.

'광주 갈 때 여권 들고 간다'는 표현은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에서 광주를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비하할 때 쓰인다.

논란이 거세지자 SBS스포츠는 안 해설위원 발언에 광주 비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SBS스포츠 측은 "안 해설위원이 기아 타이거즈 광주 경기 해설을 하고 싶은데 중계방송 제작 과정에서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 것을 아쉬워하면서 하게 된 발언"이라며 "여권 발언도 '가고 싶은데 못 가고 있다'는 아쉬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지역 차별을 하는 분이 아닌데 공교롭게 편집상 전체 맥락이 전달되지 않아서 벌어진 해프닝"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방송 캡처)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기안84의 '복도식 아파트'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4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는 배우 이규형이 출연했다. 최초 공개된 이규형의 일상에 기안84는 "복도식 아파트에 사시네요"라고 콕 집어 이야기했다. 여기에 이규형이 "네네"라고 민망해 하자 박나래는 "건물84라 그렇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이날 방송에서는 꾸준히 '복도식 아파트'를 강조하는 자막이 등장했다.

이를 불편하게 여긴 시청자들은 '복도식' 아파트 형태를 차별한 관점에서 나온 발언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지은 공공분양 아파트에 거주만해도 따돌림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갈수록 심해지는 부동산 양극화가 실제 차별과 혐오로 이어진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옛날 '주공(LH) 아파트' 모습인 복도식 아파트를 두고 방송에서 이런 말이 오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한 시청자는 "복도식 아파트 중에 집값 비싼 아파트들도 많은데 자꾸 복도식 아파트라고 자막으로까지 강조하는 거 보면 기안84부터 제작진까지 시야가 편협하다"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청자는 "지상파에서 저런 식의 이야기가 괜찮다고 나오니 '휴먼시아(LH 공사 아파트)거지'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외주 제작이 보편화 되면서 방송사 프로그램들, 특히 재미를 우선 순위로 두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 같은 발언을 걸러낼 시스템 자체가 없다. 수없이 논란이 된 일베 이미지 송출 사고 역시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이택광 문화평론가는 "외주에서 전부 제작을 완성해 납품하는 방식이라 이런 문제 발언들을 걸러낼 검수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통제하는 '데스킹' 기능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논란이 되는 것 역시 '복불복'이기 때문에 방송사 책임 제작자들도 양적인 확인만 있지 총괄적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외주 제작사뿐만 아니라 차별이나 혐오를 경계하는 방송사 차원의 인식 역시 부족하다.

이 평론가는 "아직 방송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제작 주체들의 차별, 혐오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며 이런 문제는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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