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키움 히어로즈의 3루 관중석에서 갑자기 큰 박수와 함성이 터졌다. 제한적 관중 입장 때문에 팬들의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응원 소리만큼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가 1점차로 뒤진 1사 2,3루에서 2번타자 김하성을 고의볼넷으로 내보내고 에디슨 러셀과의 승부를 선택한 순간에 벌어진 상황이다.
두산은 나름 승부를 걸었다. 만루 선택은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었지만 1루를 채워 병살타의 가능성을 노렸다. 충분히 해볼만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다음 타자는 이날 KBO 리그 데뷔전을 치른, 메이저리그 올스타 경력의 에디슨 러셀이었다.
러셀은 두산 불펜투수 이형범이 던진 초구 141km짜리 투심 패스트볼에 힘껏 방망이를 돌렸다. 간결한 스윙에 깨끗한 좌전안타가 터졌다. 그 사이 주자 2명이 홈을 밟아 스코어가 5대2로 벌어졌다. 쐐기 2타점 적시타였다.
키움 덕아웃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에디슨 러셀의 가세로 팀 분위기가 나아지기를 기대했던 손혁 키움 감독도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에디슨 러셀의 KBO 리그 데뷔전 성적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은 수비력 역시 무난했다. 낯선 한국 무대에서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에디슨 러셀은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시카고 컵스의 주전 멤버였고 올스타에도 선정되는 등 지난 5년동안 메이저리그 현역 선수로 뛰면서 나름 명성을 누렸다.
그는 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키움 히어로즈의 3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테일러 모터의 대체 외국인 타자로 지난 8일 입국한 에디슨 러셀은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뒤 퓨처스리그(2군)에서 2경기를 소화하며 실전 감각을 조율했다.
근래 KBO 리그를 찾은 외국인선수 가운데 명성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의 선수이기에 그의 데뷔전에 쏠리는 관심은 매우 컸다.
키움에 맞서는 두산의 선발투수는 라울 알칸타라. 시속 150km 중반대를 상회하는 직구를 던질 수 있는 강속구 투수로 빠른 공에 익숙한 미국 무대에서 건너온 에디슨 러셀과의 맞대결에 이목이 집중됐다.
알칸타라와의 승부 결과는 3타수 1안타로 끝났다. 첫 타석에서 좌익수 플라이, 두 번째 타석에서 내야 땅볼로 물러난 에디슨 러셀은 6회초 무사 1루에서 깨끗한 우전안타를 터뜨렸다.
에디슨 러셀은 알칸타라가 던진 시속 151km짜리 초구에 주저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키움 동료들은 그가 첫 안타를 때린 공을 확보했다. 기념구로 남기기 위해서다. 이어 러셀은 후속타 때 홈을 밟고 득점도 올렸다.
키움은 2대2로 맞선 7회초 김하성의 솔로포로 균형을 깼다. 다음 타자 에디슨 러셀은 홍건희가 던진 공에 몸을 맞았다. 맞는 순간 잠시 통증을 호소한 러셀은 이내 덕아웃을 향해 괜찮다는 제스쳐를 선보인 뒤 1루를 향해 걸어갔다. 여유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한국 데뷔전을 9회초 쐐기 2타점 적시타로 대미를 장식했다.
9회초에 총 3점을 추가한 키움은 두산에 6대2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