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줄고, 운영비 늘고…우리 보육원 어쩌면 좋죠"

[코로나에 더 가팔라진 보릿고개⑤]강남드림빌 이은영 원장
보육원은 이미 '코호트 격리' 중…교사들, 휴가도 못가
24시간 보육원에서 생활…후원금은 줄고 운영비·급식비 급증
"퇴소 후 아이들 자립 힘들어…꿈 키울 수 있는 공동주택 마련하고파"

글 싣는 순서
①76세 노인의 한숨 "폐지 주워 2천원…이젠 반찬 걱정"
②6남매 엄마 "월급 30만원…내년에는 이마저도 끊겨"
③뺑소니에 다리 잃은 가장 "월세 밀려 남은 보증금 200만원"
④일감 끊긴 미싱사 엄마 "갈곳 없는 아이들, 라면으로 끼니"
⑤"후원 줄고, 운영비 늘고…우리 보육원 어쩌면 좋죠"
(끝)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보육원 강남드림빌의 입구. (사진=박고은 기자)
"선생님, 우리 언제쯤 밖에 나갈 수 있어요? 너무 답답해요."


서울 강남구에 있는 보육원 강남드림빌의 이은영 원장은 지난 3개월 동안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아이들을 달래는 데 진땀을 빼야 했다. 서울시가 시내 모든 보육원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보육원생의 외출과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면서다. 2월 24일부터 개학 전까지 51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꼼짝 없이 보육원에 갇혀 있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아이들이 24시간 보육원에서 지내게 되면서 시설운영비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수도세, 전기료, 가스비 등은 10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식비도 마찬가지. 시에서 급식비 보조금을 한 끼 2천 원 수준으로 낮게 책정한 탓에 늘 식비가 모자랐지만 코로나 이후엔 부담이 더 커졌다. 51명의 삼시 세끼를 오롯이 보육원이 책임지게 돼 1천만 원 수준이었던 급식비가 1500만 원 수준으로 훌쩍 뛰었다.

강남드림빌 이은영 원장은 "코로나 이후 후원은 줄었는데 시설운영비는 더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특히 급식비는 모자라는 금액이 커 이를 충당하기 위해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야 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텅 빈 보육원 놀이터. (사진=박고은 기자)
◇보육원은 이미 '코호트 격리' 중…교사들, 휴가도 못가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건 기약 없이 갇혀 있었다는 점이다. 이 원장은 "병원 같은 곳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란 걸 하지 않나. 보육원은 아무도 감염되지 않았지만 이미 코호트 격리 중이었다. 개학 전까진 아이들에게 잠깐의 외출도 허용되지 않았다.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선생님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강남드림빌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은민(12·가명)양은 "몇 달 동안 밖으로 못 나가서 너무 답답했다"며 "월요일마다 동생들이랑 나가서 배우는 운동 수업이 있었는데 그것도 못하고 있다. 일주일 중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아이들이 보육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교사들의 업무도 가중됐다. 지난 1월부터 개학 전까지 5개월 동안 교사들은 24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들 곁에서 보냈다. 교사 2명이 교대로 8~9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탓에 휴가 하루도 맘 놓고 쓰지 못했다. 2월 말부턴 서울시의 외부인 출입금지 조치로 봉사자마저 받을 수 없게 됐다. 봉사자에게 의지하던 부분이 모두 근로자 몫이 되면서 교사들은 잠깐 숨 돌릴 틈도 갖기 힘들었다.

지난 3월부터 청소년자립팀 교사로 활동한 이서현(27)씨는 "아이들을 면면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면서도 "일손이 모자란 부분은 있었다. 온라인 수업만 할 때는 한 명 한 명 수업을 잘 듣고 있는지, 과제는 잘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니까 조금 더 신경 쓸 게 많았다. 또 청소년 아이들의 경우 피치 못할 외출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담당양육자가 동행을 해야 했다. 아이들이 한 둘이 아니니 힘든 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중인 강남드림빌 이서현 교사. (사진=박고은 기자)
◇24시간 보육원에서 생활…후원금 떨어지는데 운영비·급식비 급증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후원도 줄어드는 추세다. 강남드림빌의 경우 후원자가 후원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후원 종류는 아동 결연 후원, 시설 후원, 재능 후원 3가지로 나뉜다. 코로나 이후 전반적으로 후원이 줄어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시설운영비로 쓰이는 시설 후원 모금에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원장은 "대부분의 후원자들이 아동 통장으로 바로 들어가는 아동 결연 후원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시설 후원도 아동들에게 쓰이는 직접비다. 보육원은 51명의 식구가 사는 집이다. 아이들은 이 집에서 밥도 먹고, 몸도 씻고, 전기도 사용한다. 일반적인 4인 가구가 집에서 생활하기 위해 관리비를 지출하는 것처럼 보육원도 매달 관리비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시설 후원이 더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남드림빌이 매달 시설운영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막대하다. 평균 수도요금 300만 원, 도시가스 300만 원, 전기요금 200~300만 원 수준으로 매월 800~900만 원에 달하는 관리비가 나간다. 코로나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지출 비용은 더 늘어났다. 수도요금만 380만 원이 나온 달도 있었다.

이 원장은 "시설운영비는 줄일래야 줄일 수 없는 필수적 비용이다. 시설 후원도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돕는 후원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드림빌 이은영 원장. (사진=자료사진)
◇"퇴소 후 아이들 자립 힘들어…꿈 키울 수 있는 공동주택 마련하고파"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시설에서 퇴소해야 한다. 1952년 12월 24일에 설립된 강남드림빌은 매년 평균 6명의 아이들을 사회로 내보내고 있다. 최소 400명 이상의 아이들이 이곳을 거쳐 간 셈이다. 정부는 퇴소하는 아이들에게 단발성으로 정착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안전망도 없는 아이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이 원장은 "많은 아이들이 사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아이들에게 정착비용 조금 쥐어주고 이제부턴 알아서 살라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년 2600여명의 보호종료아동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국감 결과 이들 4명 중 한 명이 기초생활수급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보육원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 홀로 정착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이들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강남드림빌 이은영 원장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한 아이와 산책하러 나가는 모습. (사진=박고은 기자)
아이들의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 원장은 새로운 꿈이 생겼다. 아이들의 자립을 도울 공동주택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공동주택을 만들어 아이들이 퇴소 후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저의 소원이 실현된다면 1층에 상가를 두고 싶다. 그곳에 아이들이 꽃집도 내고, 빵집도 내고, 네일샵도 냈으면 좋겠다. 직장에 취업을 한 아이에겐 살 곳을 제공해주고 싶다. 성인이 됐다고 세상에 아이들을 내던지는 게 아니라 진짜 자립을 돕는 것이 저의 꿈"이라며 "그런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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