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충(蟲)이 넘쳐나는 사회 ②치킨게임, 결국 혐오만 남았다 ③먹고사니즘과 능력주의 그리고 희생양 ④혐오를 파는 사람들 그리고 #STOP Hate for Profit ⑤1인 1표 말고 1달러 1표 ⑥혐오라는 폭탄 돌리기 ⑦차별금지법과 기본소득 그리고 UD |
# 2. 기레기인 A씨는 지잡대 출신의 한남충으로 진지충일 때가 많다. 아직 틀닥충은 아니지만 개저씨가 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유년 시절은 한 부모 가정의 임대충 혹은 휴먼거지의 가난충이었고 청년 시절에는 똥꼬충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도 많다. 최근 들어서는 몇 해 전 맘충과 급식충 둘과 함께 다녀온 왜놈, 짱깨, 똥남아 여행을 추억하며 코로나19 시대를 보내고 있다.
국가인권위의 혐오리포트 발간에 참여한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에 따르면 국내 혐오의 역사는 사실 생각만큼 오래되지 않았다. 1997년 IMF 이후 확산됐고 2010년 일자리와 관련한 외국인 이주 노동자 문제를 기점으로 공론화됐다. 일부 보수 개신교의 반동성애 운동에 이어 2012년 일간베스트(일베)가 등장하면서 폭발적으로 세력화됐고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과 2018년 제주 난민 혐오 등을 통해 이른바 '혐오의 사회'가 보다 더 고착화됐다.
결국 2020년 현재, 대한민국 누구도 충(蟲)이란 혐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고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혐오의 시대. 앞서 소개한 기자 입장에서 '급식충'을 지적하면 내 아이들이, '맘충'을 평가하면 내 아내가, '틀닥충'을 논하면 내 부모가 부메랑의 표적이 된다. 결과적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과 친구, 동료 모두가 피해자인 충(蟲)의 세상인 셈이다.
국가인권위가 '혐오표현 톺아보기 리포트'를 통해 정의한 혐오란 성별과 장애, 종교, 나이, 출신지역, 인종,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집단에게 모욕 비하 멸시 위협 또는 차별 폭력의 선전과 선동을 함으로써 차별을 정당화, 조장, 강화하는 효과를 갖는 표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