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겁내다 '투기꽃길'…때 놓친 '文의 패착'

[MB부터 文까지 부동산 정책 비교②]
MB, 부동산 경기 활성화 위해 종부세 무력화…글로벌 금융위기에 K.O.
朴, MB 시절 못한 양도세·취득세 완화에 금융 규제도 풀어
文, 보유세 증세 없이 변죽만 울리다 '골든 타임' 놓쳐
뒤늦게 증세 나섰지만…"시장 판도 달라져 '융단폭격' 필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21일 문재인정부 3년간 서울 25평 아파트값 상승액이 평균 4억 5천만원으로 김영삼정부 이후 각 정권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통계 기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경실련의 분석대로 최근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폭등한 것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다만, 현 정부는 전 정권의 규제 완화책이 결국 최근 아파트값 폭등을 불러왔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이명박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각 정부의 부동산 관련 공급, 세제, 금융 정책을 비교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의 주요 요인을 분석해 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MB→朴→文 이어진 '깡통 정책'…실수요자 혼란
②보유세 인상 겁내다 '투기꽃길'…때 놓친 '文의 패착'
③주택 공급, 정권 입맛따라 제각각…李는 공공, 朴은 민간, 文정부는?


(사진=자료사진)
김영삼정부 말기,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외환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임기 내내 경기 부양에 올인했던 김대중정부는 그 부작용으로 '3대 버블'을 낳았다.

신(新)산업으로 각광 받았지만 '묻지마 투자' 속에 정경유착을 불렀던 IT 벤처 버블, 민간소비 회복에는 효자였지만 가계부채 폭탄까지 만든 일명 '플라스틱 버블' 신용카드 버블, 그리고 '부동산 버블'이 그것이었다.

결국, 참여정부 들어 강남에서 일어난 투기 열풍이 수도권 전역으로 번지자 고(故) 노무현 전(前) 대통령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을 선보였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도입하고 다주택자에는 양도세를 더 많이 매기도록 중과한 것이 대표적 정책으로, 이에 더해 2006년 2기 신도시 건설로 공급과 규제가 균형을 갖추자 부동산 열풍도 점차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기' 부동산 침체 명분으로 '부자 감세'…종부세 무력화한 MB정부

(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반면 차기 이명박정부의 대선전략과 정책은 한 마디로 'ABR', 즉 '노무현이 했던 것 말고는 무엇이든(Anything But Roh)'으로 요약된다. 국내외 악재 속에 경제가 악화되고 참여정부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여야를 불문하고 '반(反)노무현'을 외칠 때였다.

'4대강 건설' 등 토목·건축 사업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던 MB정부는 부동산 정책에도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시장 부양에 집중했다. 부동산 열풍의 원인도 참여정부의 과도한 수요 규제와 소극적인 공급이 문제라고 보고 이와 반대로, 즉 적극적인 규제 완화와 대규모 공급 확대를 해답으로 봤다.

첫 방아쇠는 2008년 9월 종부세 개편안으로, 고가주택이나 대규모 토지 보유자들에 과세하는 종부세의 과세 기준을 높여 무력화한 것이다. 더 나아가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해체하고, 이로 인해 줄어드는 세수는 서민들도 내는 재산세로 대신하겠다고 밝혀 '부자 감세' 논란이 일었다.

같은 해 11월 헌법재판소가 종부세를 세대별로 합산해 과세하는 규정에 대해 내린 위헌 판결은 규제 완화 호랑이에 날개를 달았다. 가족 간에 명의를 돌려가며 부동산을 보유해도 종부세를 매기지 못하게 되면서 종부세는 껍데기만 남았다.

이를 토대로 MB정부는 종부세 과세기준 금액을 높여 과세 대상자는 줄이고, 세율을 인하하고 과표 구간을 좁혀 세 부담도 줄였다. 보유세를 단계적으로 강화해 당시 0.15%였던 보유세 평균 실효세율을 2017년 1%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던 참여정부의 2005년 보유세 강화 로드맵도 무력화됐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에 불을 붙이려던 MB정부는 '실패한 방화범'으로 남았다. 2008년 가을 터진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었고, 주택 가격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마치 MB정부 시절 규제를 풀었더니 집값을 잡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의 원인도 여기에 있다. 당시 주택 매매가가 6.8%로 한 자릿수에 그친 것은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뒀다기보다는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침체에 발목이 잡혀 주택시장을 부양하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양도세·취득세에 금융 규제 완화까지…부동산 부양 올인했던 박근혜정부

(사진=자료사진)
박근혜정부는 MB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방안을 더 확대해갔다. 세제 완화에 적극 나선 것은 물론, LTV·DTI 담보대출 규제에 냉탕과 온탕을 오갔던 MB정부와 달리 금융 규제까지 대폭 풀면서 '빚 내서 집 사라'는 말이 유행어로 돌았다.

특히 집권 첫 해인 2013년 4.1대책(기존주택 양도세 5년간 면제)과 8.28대책(취득세율 영구인하)으로 MB정부만 해도 숙원사업으로 남았던 양도세·취득세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규제 완화를 시작했다.

이어 MB정부에서는 한시적으로 유예한 데 그쳤던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아예 폐지하자 부동산 시장도 반등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부동산은 2014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시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그 해 1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분당·용인·평촌 등 '버블세븐' 지역이 금융위기 이후 35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반등한 것이다.

◇미적거리다 때 놓친 문재인정부…뒤늦게 강수 뒀지만 효과는 '글쎄'

(사진=청와대 제공)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했던 강남 부동산 시장은 2016년 가을에는 잠시 주춤했다. 우선 박근혜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11.3 대책 등을 통해 부동산 과열 지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리도 올랐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 시기 한국 사회를 강타한 '탄핵 국면'이었다. 촛불 시위가 시작된 이 해 11월부터 전국 아파트 값과 전셋 값이 냉각 조짐을 보이고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탄핵과 조기대선이 진행되면서 아파트 시장에서는 관망세가 이어졌다. 문재인정부로 정권교체가 유력한 마당에 참여정부 시절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새로운 투자처를 준비하기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2017년 문재인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6.19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아파트 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예상 이하였다는 반증이다.


비록 금융 규제를 강화했다지만, 집권 초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나 미국과 보호무역 갈등으로 대외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저금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핵심은 세제 개편, 그 중에서도 보유세였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반발이 크다는 이유로 보유세 인상을 극히 꺼리고 핀셋 대책·찔금 증세만 반복했다.

같은 해 8.2 대책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를 부활시켰지만, 정작 보유세를 건드리지 않자 당연히 투기 세력들은 부동산을 끌어안은 채 버티기에 돌입했다. 정부가 투기세력과 정면대결을 벌여서라도 부동산 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으니 정책도 힘을 잃은 것이다.

화룡점정은 2018년 7월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과 이를 토대로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이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종부세율을 올렸다지만, 10억대 아파트가 넘쳐나기 시작한 부동산 광풍 속에 '미세조정'에 그친 개편안은 오히려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를 확인한 투기세력의 '버티기'에 기름만 부었다.

◇시장은 확 변했는데 정책은 갈팡질팡…이제는 '백약이 무효' 우려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안이한 태도를 보인 배경으로 김동연 전(前)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필두로 한 기재부·금융 관료 조직을 지목했다.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특위 위원들이 종부세 강화 방안을 제안했지만, 기재부 관료들이 묵살했다"며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책임은 기재부 관료들의 잘못된 판단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시 현 정부 지지자들은 김 전 부총리를 비롯한 기재부나 금융 관료들이 문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했지만, 실제로는 종부세 강화 움직임을 번번이 막아세웠다"며 "아직도 기재부 관료들은 보유세 부담 강화에 부정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 참여자들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과거 참여정부 시절보다 넓고 깊게 확대됐는데, 오히려 정부 대책은 뒷걸음질을 쳤다는 지적이다.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은 "스마트폰이나 유튜브, SNS,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부동산 투기세력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과거 기획부동산이나 아파트 부녀회의 가격 담합과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만큼 정부가 강도 높게, 빠르게 정책을 투사해야 하는데 빈틈을 주니까 불이 번졌고, 이제는 관망했던 무주택자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결국 정부는 투기세력과 여기에 뛰어들고 싶은 사람 사이에 갇혀버려서 양쪽에서 욕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미적거리는 틈에 부동산 가격이 단순히 많이 오른 정도가 아니라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정도로 올랐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이 정권 지지도를 위협할 수준으로 악화되자 정부도 뒤늦게 강수를 두기 시작했다. 지난해 12.16 대책과 올해 7.10대책으로 보유세를 강화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취득세 규제도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투기세력이 주도하는 시장의 반응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여론까지 반응이 싸늘하다.

부동산 투기로 손에 거머쥘 '일확천금'이 근로소득 등을 아득하게 추월한 지 오래다 보니 실수요 1주택자나 무주택자조차 부동산 규제에 반감을 가진 것이다. '투기세력이 돈을 벌 동안에는 가만히 있더니 이제 와서 내 앞에서 사다리를 걷어차느냐'는 불만이다.

대구가톨릭대 전강수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은 너무 늦어서 솔직히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라며 "7.10 대책으로 강수를 뒀지만,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부에서 도리가 없다면 다음 정부에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 환수하는 근본 방향을 세우고, 보유세 강화에 대한 장기적 목표 등 정책의 큰 그림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소장도 "집권 초였다면 높은 지지율과 '적폐 청산' 명분을 등에 업고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을텐데, 때를 놓쳤다"며 "현 정권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2, 30대조차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상황이어서 정부의 운신의 폭이 너무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핀셋으로는 안 되고, 융단폭격이 필요하다"며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법인, 공제 가릴 것 없이 강도 높게 보유세를 내도록 하고, 대출을 막아 어떤 꼼수도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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