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가 내렸던 23일 오후 9시 부산시 대처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시는 침수 우려 도로 37곳, 급경사지 174곳, 저지대 방재시설 50곳 등을 예찰했다고 밝혔다.
이는 부산시가 일선 지자체가 한 예찰 활동을 취합한 것이었다.
부산시는 앞서 두 차례 상황판단회의를 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까지 운영했지만 일선 지자체의 예찰 활동이나 피해 상황을 단순 집계하는 이상의 지시를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8시 호우경보 발효 1시간이나 지난 오후 9시까지 부산시는 재난안전 문자와 자동음성을 보내거나 통보한 것이 활동의 대부분이었다.
지난 10일, 13일에 폭우로 동천 범람 등 저지대 침수 피해가 컸음에도 27일 폭우 전 부산시 대응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특히 부산시는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공문을 받았지만, 위험도와 기상특보에 따라 침수 우려가 있는 지하차도를 사전에 통제하는 지침도 모르는 상태였다.
침수로 3명이 숨진 동구 제1지하차도는 위험 3등급 도로로 호우경보가 발표되면 사전에 통제돼야 하는 곳이었지만 그러지 않아 사고가 났다.
부산시는 일선 지자체에 행안부 지침을 환기하며 사고 예방에 나서야 했지만 스스로 그 역할을 저버린 셈이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재난대응과 관계자는 "지난해 행안부 공문이 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시행 중인 사실은 미처 몰랐다"며 "행안부 기준대로 지하차도를 통제했다면 사망자가 없었을 것"이라고 뒤늦게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부산시 다른 관계자는 "부산시 내 CCTV가 수만개에 달하는데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시는 각 구·군 상황을 취합하는 역할을 한다"며 "예찰 강화를 지시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난 지하차도 관리는 일선 지자체에 위임돼 있다"며 "지자체와 경찰 측에서 판단해 도로 통제가 이뤄져야 했다"며 책임 회피성 발언까지 했다.
초량 제1지하차도 관리 책임을 맡은 부산 동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매뉴얼조차 따르지 않았고, 최형욱 동구청장은 기록적인 폭우가 예고됐는데도 휴가를 갔다가 호우경보가 발효된 밤에서야 출근해 사고 수습에 나섰다.
동구는 행안부 지침에 따라 침수 우려가 있는 초량 제1지하차도를 사전 통제하지도 않았고 경찰에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선경 동구의회 의원은 "10일에도 폭우에 동구에 많은 침수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구청장이 휴가(7월 20∼24일)를 가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주민이 수해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또 폭우가 온다는 데 구청을 비운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