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로채기' 보이스피싱…평생 모은 2억 3천만 원 피해

경찰 등 사칭 수사에 협족하라며 앱 설치…전화 수발신 차단시켜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충남 천안에서 2억 3천여만 원을 보이스피싱으로 사기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7일 천안서북경찰서 등에 따르면 백석동에 거주하는 A(62·여)씨에게 악몽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지난 16일이다.

80만 원대 정수기가 주문됐으니 설치하러 간다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것.

뜬금없는 정수기 주문 메시지에 깜짝 놀란 A씨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주문한적 없으니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명의를 도용당한 것 같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A씨는 경찰이라는 의문의 남성과 금융감독원 직원, 검사를 사칭하는 사람들에게 잇따라 전화가 걸려 왔다.

이들은 A씨가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며 다그쳤고 심지어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당황한 A씨는 명의를 빌려준 적이 없다고 항변했고 그제서야 A씨를 피해자로 지칭하면서 수사 협조를 위해 특정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자세한 내용도 모르고 앱을 설치한 순간부터 A씨의 휴대폰은 보이스피싱 사기단에게 제어 당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걸려오는 전화는 받지 못했고, 인터넷을 통해 확인한 금융감독원 전화번호 역시 중간에서 가로채기 당한 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됐다.

보이스피싱 일당들은 이 앱을 통해 A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위치도 추적했다.

따로 살고 있는 자녀들에게 연락하려 하자 "자녀들까지 조사받을 수 있다. 자칫 회사도 못 다니게 된다"고 말하며 회유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주말 내내 불안에 떨다 월요일인 지난 20일 은행 문이 열리자마자 은행을 찾았다.

사기단들이 은행계좌에 넣어 놓은 돈을 자신들에게 맡겨놓으라는 말에 6차례에 걸쳐 2억 3천여만 원을 인출해 금감원 직원이라고 찾아온 이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돈을 돌려받기 위해 필요하다며 금감원 마크가 있는 문서에 사인도 요구하고, 영수증까지 만들어줬다고 한다. 사기범들의 치밀한 범죄행각에 평생 모은 피 같은 돈을 잃게 됐다.

A씨는 "수십년 동안 청소를 하며 어렵게 모아놓은 돈인데 사기꾼들에 속았다"면서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돈을 건넨 장소 주변에 설치된 CCTV 등을 확인하는 한편, 영수증 등에 찍힌 지문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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