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강지영은 소속사와의 계약이 만료된 2014년 팀을 떠났다. 2012년 '사랑하는 메종 ~레인보우 로즈~'로 일본 드라마에 처음 출연한 강지영은 홀로 선 이후 '지옥선생 누베', '히간바나 ~ 여자들의 범죄 파일', '민왕', '히간바나 ~경시청 수사 7과~', '오사카 순환선 사람 역마다의 사랑 이야기 파트 2', '오펀 블랙 ~일곱 개의 유전자~', '그래서, 살아간다' 등 일본을 중심으로 배우로 활동했다.
5년 가까이 일본에서 활동하며 강지영은 몇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고, 그중엔 물론 일본인 배역도 있었다. 어학과 연기 두 방면에서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것이 능숙해질 즈음, 문득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6년 만에 한국 드라마 '야식남녀'로 돌아왔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JTBC 월화드라마 '야식남녀'에서 계약직 조연출 PD 김아진 역을 연기한 배우 강지영을 만났다. 지난해 키이스트와 전속계약을 맺은 후, 올해 5월부터 '야식남녀'로 국내 시청자들과 만난 그는 평소 '멋진 여성'을 동경하는 편인데 김아진이라는 역할로 어느 정도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야식남녀' 종영 소감이 듣고 싶다.
일단은 5년이라는 공백기가 있었는데도 드라마로 인사드릴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배우라는 타이틀로 복귀해서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다. 복귀한다고 알린 후에 비교적 빨리 TV로 찾아뵀고, 무사히 드라마를 마친 것 같아서 좋다.
▶ 한국어로 연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쯤 '야식남녀' 제의를 받았다고 하던데.
일본에서 계속 배우 활동하다가 일본어에 익숙해지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을 때쯤 한국 활동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딱 대본 봤을 때 저는 사실 아진이의 그 당당함과 뭔가 당찬 그런 모습이 되게 뭔가 멋있어 보였다. 평소에 멋진 여성을 되게 동경하는 마음이 있는데, 아진이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 초년생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는데 아진이를 (연기)하면서 제가 몰랐던 사회생활을 되게 많이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 아진은 잘 나가는 셰프 진성(정일우 분), 디자이너 태완(이학주 분) 두 사람과 '야식남녀'라는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며 가까워진다. 드라마에서도 세 사람의 이야기가 주로 펼쳐지는데, 아진에게 진성과 태완은 어떤 인물이었나.
태완이는 사실 우리 방송사에서 일하는 잘나가는 디자이너인데 아진이 같은 경우는 항상 조연출만 해서 태완이랑 말도 섞을 기회가 없었을 것 같다. 진성이를 통해서 태완이랑 같이 일하게 됐을 텐데, 태완이가 와서 '야식남녀' 퀄리티가 더 높아졌기에 또 다른 은인이라고 본다. 태완이랑은 알게 모르게 어색한 사이지만 뭔가 힘이 되어주는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태완이와 아진이 중간에 진성이가 있는데, 서로 같은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서로를 응원했던 것 같다.
진성이는 일단 (웃음) 뭔가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힘들다. 어느새 찾아온 신기한 사람? 아진이에게 많이 스며든 사람? 진성이가 게이라는 걸 알면서도 (좋아하는) 마음을 억누르기가 되게 어려웠을 것 같다. 진성이가 주는 힘을 아진이도 거부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진성이가 아진이에게 힘이 되어준 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뀌면 안 되는데, '뭔가 이상하다' 이러면서도 어느새 좋아해 버렸던 것 같다. 음… 되게 애매했다. (진성이) 게이라는 설정에서 '정말로 좋아하면 안 되는데도 좋아하게 돼 버렸네. 잊어야지. 이건 아니야. 착각이야' 하는 씬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둘의 로맨스를 보여드려야 해서 그걸 표현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 '야식남녀'를 보면 계약직 조연출이라서 공공연한 차별 대상이 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 자주 펼쳐지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나. 아니면 어떻게 공감하려고 노력했나.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제가 어려웠던 것 같다. 저희 직업은 계약직이라는 게 없지 않나. 공감하기가 어렵지만 (배역을) 잘 살리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조언도 구했다. 계약직의 서러움에 대해서 좀 더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 본 것 같다.
저는 사실 그걸 경험할 수가 없으니까 (이번 작품이) 되게 좀, 귀한 경험인 것 같다. 연기하면서 제가 아예 느낄 수 없었던 사회생활, 그런 걸 겪어볼 수 있으니. 진짜 몰랐던 게 많았다. 저도 좀 많이 배우는 것 같기도 하고. 사원증 차는 것도 되게 기쁘더라. (웃음) 평소엔 그런 걸 차지 않으니까 연기할 때 그걸 차면서 들어가거나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 중간에 언론윤리를 저버리고 자극적으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정식으로 항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인도 자주 취재 대상이 되는 만큼 공감 가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혹시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나, 나의 이런 면에 주목해줬으면 하는 점이 있나.
있긴 하다. (웃음) 이번 인터뷰는 드라마와 관련돼 있기도 하고,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해서 많이 찾아보고 있다. 나눈 얘기들이 잘 나오면 되게 좋다. 정말 다들 저한테 관심도 가져주시고 잘 써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좋더라. 제가 생각할 수 없었던 부분을 끄집어내 주시는 것 같기도 하고. 아팠던 기억을 되살려야 할 때도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좋은 기억밖에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저도 활동하면서 그런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저도 그 장면 찍을 때 중간에 눈물을 흘렸다. 되게 많은 생각이 들더라.
▶ 아까 평소 멋진 여성을 동경한다고 했는데 '야식남녀'에서 멋지다고 생각한 캐릭터가 있나. 여성 캐릭터가 아니어도 상관은 없다.
저희가 등장인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차주희 본부장(김수진 분) 역할도 당연히 멋진 캐릭터였고, 저도 그런 여성을 되게 동경하는 편인데 그래도 한 명을 꼽자면 이 PD님! 김승수 선배님이 진짜 멋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왕 역할 하시고 댄디한 모습 많이 보여주시다가 이번에 새로운 걸 도전하셨는데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 어떻게 하면 이 캐릭터를 잘 살릴까 연구하는 걸 보면서. 이상영 PD라는 캐릭터도 분명 멋있었지만 현장에서 (김승수) 선배님 자체가 되게 멋졌던 것 같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