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은 일단 외부 전문가 조직인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와 법원의 판단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주변에서 어떤 지적을 하더라도 답을 정해놓고 앞으로 달려가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 법무부 반대에 '대검 의견청취'도 막혔지만…결론은 '한동훈 수사중단·불기소'
무작위로 뽑힌 15명의 외부전문가들이 국민 눈높이에서 사건을 판단하는 심의위는 지난 24일 이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수사를 중단하고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다만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선 '수사계속·기소'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전 기자가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강요한 강요 미수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한 한편, 한동훈 검사장과 범죄를 공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내린 것이다.
사실상 '검언유착'이 아닌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이라는 취지의 이번 심의위 판단은 수사팀은 물론, 사건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검토한 뒤 내려졌다. 당초 심의위 양창수 위원장은 수사팀과 정반대 판단을 내렸던 대검 형사부 실무진의 입장도 청취하고자 의견서 제출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견서 준비작업까지 이뤄졌지만, 법무부와 중앙지검의 반대로 양 위원장이 뜻을 접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전 기자가 구속된 데다가 이처럼 대검의 의견제출도 차단되자 수사팀에 유리한 조건이 마련됐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결과는 달랐다. 수사팀은 이미 녹음까지 공개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간 '2월 부산 대화' 내용은 물론, 통화 기록 등을 심의위에 제시했지만 공모를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를 내놓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에선 부장검사나 부부장검사 대신 평검사가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주로 설명을 한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를 두고 검찰 내에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수사였던 만큼 후배 검사가 책임을 떠 안은 모양새"라는 지적도 나왔다.
수사팀은 이번 심의위 결정에 대해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심의위가 (한 검사장)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의결한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심의위와 시각이 다르다는 점을 시사하며 불만을 표한 셈이다.
수사팀은 같은 날 법원으로부터도 이 사건 수사 절차가 위법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검찰이 지난 5월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 1대를 채널A 관계자로부터 넘겨받아 압수한 건 위법하기에 '취소'돼야 한다는 결정을 내놨다. 당시 수사팀의 압수수색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이 전 기자 측의 주장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모 호텔에서 (이 전 기자의) 노트북 1대, 휴대전화 2대를 압수한 처분과, 중앙지검에서 해당 압수물에 대해 포렌식을 실시한 처분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적법한 집행 일시, 장소의 통지, 참여권의 보장, 압수수색 영장의 제시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취소 사유를 설명했다. 이 결정이 최종 확정될 경우 수사팀이 해당 압수물품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수사팀은 법원 결정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당시 피압수자로 영장에 적시된 채널A 측으로부터 해당 물품을 적법하게 제출받아 압수한 것이므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에서 법원 결정에 불복하는 취지로 법적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심의위와 법원의 판단은 수사팀 비판론을 강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검찰 안팎에는 수사팀이 '검찰 때리기'라는 여권 강경파 기조에 맞춰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해 온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일찌감치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규정짓고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차단하는 한편, 한 검사장에 대한 직무배제·직접 감찰 조치를 단행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행보를 둘러싼 적절성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대응책 격으로 '심의위 수술론'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이번 심의위 결론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수사팀 시각에 조응하며 심의위 제도 자체를 손 봐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열린민주당 황희석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의 방패막이로 쓰이던 심의위도 이제는 근본적인 개혁으로 이어져야 할 듯"이라며 "미국 대배심처럼 하든 수술은 불가피 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한 간부급 검찰 관계자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결론과 다르다고 심판을 바꾸자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심의위는 사건 피해자로 지목된 이철 전 VIK 대표 측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보를 '측근 한동훈 감싸기'라고 보고, 견제 차원에서 신청해 소집된 측면이 큰데 그 결과마저 문제 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