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부장검사 등도 브리핑과 질의답변에 참여하긴 했지만, 지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사심의위에서 이복현 부장검사가 나서서 수사팀의 의견을 위원들에게 설명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날 대검찰청에 모인 15명의 현안위원들은 약 7시간의 격론 끝에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선 수사계속(12명)과 공소제기(9명) 결론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중단(10명)과 불기소(11명) 의견을 의결했다. 사실상 이번 사건을 '검언유착'이 아닌 기자 개인의 '취재윤리위반'이라는 쪽으로 결론 내린 셈이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 측이 전면 공개한 '부산 녹취록' 외에 또 다른 '스모킹 건'이 될 만한 증거를 추가로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녹취록은 지난 2월 이 전 기자가 부산고검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장을 찾아가 취재계획을 공유한 정황이 담긴 증거물로, '검언유착'의 핵심 근거로 꼽혔다.
또 수사심의위는 심의에 앞서 대검 형사부의 의견서는 따로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 형사부가 별도 의견서를 낸다는 것과 관련해 전날(24일) 오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그런 문서가 나간다면 지휘 위반"이라며 "검찰총장에게 해당 수사에서 손을 떼라고 지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수사심의위 결정에 앞서 대검 형사부도 의견서를 따로 제출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심의위의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이 전 기자 개인의 강요미수 범죄가 아니라 한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으로 폭넓게 수사해온 입장에서 한풀 힘이 꺾이게 된 상황이다.
특히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팀은 압수한 휴대폰 포렌식에 아직 착수하지 못한 점과 지난 21일 첫 소환조사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점 등을 언급하며 수사를 계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위원들은 한 검사장에 대해 '불기소' 의견 뿐 아니라 수사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어서 이번 '검언유착' 의혹 제기 자체가 과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7일 이 전 기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적인 발부 사유를 달았던 법원도 난처한 입장이 됐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팀이 포렌식을 완료하고 한 검사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이 전 기자와의 공모를 의심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 추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 수사가 마무리되면 한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감찰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수사계속·공소제기가 모두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 후 이 전 기자 측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심의위 결정을 존중한다"며 "검찰 고위직과 공모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기자의 취재욕심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