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푸른밤이 악몽으로…끊이지 않는 '게하' 성범죄

재작년 '한정민 사건'으로 안전대책 마련됐지만…그 이후에도 성범죄 잇따라

재작년 2월 살인 사건이 벌어진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 (사진=자료사진)
재작년 2월 게스트하우스에 투숙한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정민 사건' 이후에도 게스트하우스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정민 사건'으로 제주도가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렸다.

◇'한정민 사건' 이후 마련된 종합대책

'한정민 사건'이 벌어진 것은 지난 2018년 2월이다. 제주시의 한 게스트하우스 관리자인 한정민(32)이 2박3일 일정으로 혼자 여행 온 피해자(26‧여)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고, 시신을 인근 폐가에 유기했다.

피해자는 2월 7일 저녁 게스트하우스에서 술을 곁들인 파티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사건 직후 한정민은 제주를 벗어나 잠적했다. 경찰이 공개수사까지 벌였다. 사건 발생 일주일 만인 2월 14일 충남 천안시의 한 모텔에서 한씨는 시신 상태로 발견됐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한정민 사건으로 전 국민적으로 공분이 일자 제주도는 2018년 3월 농어촌민박(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대표적인 내용으로는 안전인증제다. 객실 내‧외부 잠금장치 설치, 폐쇄회로(CC)TV 설치 등 20개 항목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관광공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를 약속한 것이다.


이밖에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긴급신고 버튼을 누르면 사용자 위치 정보 등이 바로 전달되는 '안심제주 앱'과 제주여행지킴이 단말기도 대책으로 발표했다. 또 성범죄자 운영 제한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정민 사건'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폐가. 폐가 뒤로 게스트하우스 건물이 보인다. (사진=자료사진)
◇종합대책에도 끊이지 않는 성범죄

제주도가 한정민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성범죄는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의 종합대책 발표 직후였던 2018년 5월 서귀포시 한 게스트하우스 관리자인 김모(24)씨가 객실에 침입해 만취한 피해자(20)를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김씨는 지난 23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서귀포시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40대 초반)가 투숙객 2명을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투숙객 모두 만취 상태에서 범행을 당했다.

이밖에 재작년 3월 11일 제주시의 한 게스트하우스 파티에 참석했던 20대 여성을 또 다른 투숙객이 성폭행하려다 상처를 입힌 사건이 있는가 하면, 같은 해 11월 해양경찰이 여성 객실에 침입해 2명을 강제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래픽=안나경 기자)
◇안전인증제 4.6%25…실효성 있나

그 사이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 추진 현황은 어떨까.

대표적인 종합대책이었던 안정인증제도의 경우 현재 도내 4400여개 농어촌민박 중 안전인증을 받은 곳은 4.6%(200여 곳)에 불과하다.

안전인증을 받으려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설치비용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게스트하우스를 임차해 운영하다보니 인증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안심제주 앱이나 제주여행지킴이 단말기 역시 홍보가 부족해 이용 실적이 저조하고, 성범죄자 운영 제한 역시 과도한 규제 이유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업장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성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게스트하우스 안전 종합대책을 실효성 있게 다시 보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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