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국내 주식과 공모펀드로 연 5천만원 이하 수익을 거둔 사람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이때 과세 방법은 금융회사를 통한 소득은 반기별 원천징수다. 지난 번 월별 원천징수에서는 한 발 양보한 방안이지만, 여전히 원천징수인데다가 해외와 달리 1년에 두 번이란 점에서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다. 한 개인 투자자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을 기어코 바꾸지 않았다"면서 "이자 없이 정부에 돈 줬다가 돌려받고 돌려받느라 시간 소요하고, 마치 증시 억제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기별 원천징수를 하게 되면, 주식 매매로 수익이 발생할 때 금융회사는 반기별로 계좌별 누적수익을 계산해 잠정 원천징수액을 제외한 금액만 개인들이 인출할 수 있게 한다. 금융회사는 반기마다 계좌별 소득금액을 통합 계산해 원천징수세액을 계산하고 결손금은 다음 반기로 이월 공제한다. 연말까지 미공제 결손금은 국세청에 통보하고, 그 후 환급이 필요한 사람은 다음해 5월 말까지 과세 표준과 세액을 확정신고하면 제출한 환급 계좌에 환급금을 이체해주는 방식이다.
특히 여러 개의 증권 계좌를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경우 일단 세금을 냈다가 다시 돌려 받는 과정을 거치는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가 1번 증권사 계좌에서 6천만원, 2번 증권사 계좌에서 6천만원 수익을 냈고 3번 증권사에서 7천만원 손실이 났다고 가정해보자.
원천징수세율 20%로 가정했을 때 A씨는 1번 증권사와 2번 증권사에서 낸 각각의 이익에서 5천만원을 공제하고 나머지 금액의 20%인 200만원씩 총 400만원을 일단 세금으로 내야 한다. 3번 증권사에서는 손실이 났지만 다른 증권사에는 알 수가 없다. 하반기에는 수익이 아예 없다고 치면, 연 수익은 5천만원이니까 다음 해 5월에 냈던 세금을 모두 환급받는다.
다른 투자자와 형평성 문제도 생길 수 있다. B씨가 1번~3번 증권사에서 각 5천만원씩 수익을 낼 경우 B씨는 세금을 일단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연말이나 다음해 5월 정산 때, 전체 수익 1억 5천만원에서 공제액을 뺀 1억에 대한 20%, 2천만원을 내야한다. 세금을 안내도 되는 A씨는 먼저 세금을 냈다가 환급 받고, 2천만원을 내야 하는 B씨는 일단 과세가 면제됐다가 나중에 내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원천징수로 복리 효과가 사라지고 투자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납부한 세금을 돌려주는데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 '과세 간소화'라는 정책 방침과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양도세 정산 시기가 1년인데 지난 번에는 월별, 이번에는 반기로 주기를 짧게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편을 가중시켜 투자 해외 투자로 자금이 더 빠르게 유입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펀드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나 파생결합증권에 대해선 원천징수 방식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프로세스와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부의 세법개정안 큰 틀이 나온 것이라 현재는 완벽하게 나온 게 아니다. 이제부터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할 지 논의가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본, 독일 등 해외 사례를 어떻게 우리나라에 접목할 지 정부, 국회와 함께 업계도 논의하지 않겠느냐"면서 "투자자 관점에선 한 꺼번에 몰아서 신고하는게 제일 간편하고 깔끔할 수 있고, 기재부 입장에서는 세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봐야할 것이다. 어떤 부분이 더 고려되어야 하는지 계속해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