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변호인이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접촉했던 검찰을 제외하면, 경찰·국회 관계자들은 업무 협조 등을 이유로 서울시청을 넘나들었다. 특정 법령·규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관행'에 따라 시청에 수사·입법기관 전현직 관계자를 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국회', 새로운 유출 경로로 지목
남 의원은 박 전 시장 실종 당일인 9일 박 전 시장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 그동안 침묵해온 남 의원은 24일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피소사실을 몰랐다"며 "피소 상황을 알려줬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 전 업무용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던 인물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고한석 전 서울시 비서실장을 포함한 서울시 관계자 등 다수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남 의원을 대면 조사하는 대신, 전화를 통해 박 전 시장과 연락하게 된 경위와 통화 내용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근거 없어 폐지된 '치안협력관', 서울경찰청에만 있었다
하지만 시청에 경찰을 두는 법적 근거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업무 협력' 차원에서 치안협력관을 뒀다고 밝힐 뿐, 뚜렷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치안협력관의 시청 근무 기간도 정해져 있지 않았다. 치안협력관은 서울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 2018년 2월 치안협력관을 폐지했다.
정보경찰이 주요 국가기관 출입을 줄여나가고 있는 추세와 달리, 서울시청에는 치안협력관 1명, 출입정보관 2명 등 서울청 경찰 3명이 출입한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치안협력관의 업무는 서울시 내 집회·시위 관련 업무, 시장 신변 보호 등이다. 출입정보관은 서울청에 출근하며 필요에 따라 시청에 간다.
서울청 관계자는 "담당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1993년도부터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전부터 치안협력관을 둔 것 같다"며 "근거가 있을 텐데 너무 오래되다 보니 확인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경찰이 관행에 따라 시청을 출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시청에 확인한 결과, 원래 서울시청 IO는 3명이었는데 최근 2명으로 줄었다"며 "해당 치안협력관은 이 2명 TO에도 잡히지 않은 인물이다. 경찰이 행정 편의상 시청을 오간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업무보고에서 치안협력관을 불러 질의할 계획이다.
◇검찰, 朴 피소사실 가장 먼저 안 수사기관?
김 변호사는 21일 기자회견에서 "(부장검사가)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확인해야 면담 검토가 가능하다고 해서 피고소인(박 전 시장)에 대해 말했다"며 "그 다음날인 8일 오후 3시 부장검사를 면담하기로 약속했는데, 7일 저녁 부장이 연락을 줘서 본인의 일정 때문에 면담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8일 오후 3시쯤은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의 집무실을 찾아 "실수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던 시점이다.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자 중앙지검은 21일 기자단에 입장문을 보내 "변호사와의 통화 사실 및 내용,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사실에 대해 상급기관에 보고하거나 외부에 알린 사실이 일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 날(9일) 오후 4시 30분쯤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수사지휘 검사가 유선보고를 받으면서 처음 고소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야당을 중심으로 검찰이 피소사실 유출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는지, 박원순 시장에게 알렸는지 밝혀야 한다"며 "속히 특임검사를 임명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밀 누설 의혹을 중앙지검이 수사하는 것을 두고는 "이는 수사 받을 사람이 수사를 하고 있는 우스운 상황"이라며 "속히 특임검사를 임명해 공무상 기밀 누설이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