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코로나19로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다 부채비율 증가 등 인수 선결 조건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 역시 파국을 맞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조 5000억원을 써낸 HDC현산이 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제주항공도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1조원 가량을 더 써낸 현산과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후 제주항공은 경영난에 시달리던 이스타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빅3 자리로 올라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지분 51.17%를 695억원에 매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성공한 승자들 앞에 '저주'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코로나19로 승객 90% 이상이 급감하면서 부채 비율이 증가했고 기업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항공산업이 언제 회복할 지 기약할 수도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글로벌 모빌리티그룹으로 도약하려던 HDC현산과 항공업계 빅3자리를 노렸던 제주항공은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항공측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중재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선언했다.
아시아나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는 HDC현산 역시 제주항공과 비슷한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HDC현산은 지난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협상 원점 재검토를 선언한 이후 채권단인 산업은행과의 협상은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과 정몽규 HDC현산 회장이 만난 데 이어 김현미 국토부장관까지 나서 인수를 설득했지만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HDC현산까지 한꺼번에 위험해 질 수도 있는 상황인만큼 HDC현산이 인수 포기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4일 금호산업은 최근 HDC현산과 미리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인수거래를 마무리하지는 최후 통첩의 내용증명까지 보냈지만 HDC현산측은 묵묵부답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M&A 무산 준비는 사실이 아니"라며 "HDC현산에 내용증명을 보낸 뒤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합병이 무산될 경우 항공업계는 대량 실직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산업 회복이 불투명하고 인수합병이 잘 안 될 경우 최악의 경우도 예상해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 아시아나와 HDC현산 인수합병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