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2012년 19대 총선 때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소속으로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 의원은 당선되면서 회장직에서 물러나 관련 지분을 모두 정리했다.
이상직 의원의 직위와 지분을 넘겨받은 사람은 그의 형인 이경일 전 회장이다. 이 전 회장은 수백억 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확정받았다.
같은 해 자본금 3천만 원으로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2016년 이스타항공의 지분 68.0%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다.
이스타홀딩스는 이 의원의 아들 이원준씨(66.6%)와 딸 이수지씨(33.3%)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은 410억 원 상당의 39.6%다.
◇ 설립 이후 줄곧 하위권, 중거리 노선 선점 위해 새 기종 도입하기도
이스타항공은 설립 이후 계속 자본잠식에 빠졌다. 그러다 2016년 해외여행객이 늘며 흑자로 전환했다.
2015년에는 기업공개(IPO)에 도전했지만,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 상장이 불발됐다. IPO가 지연되며 대규모 투자도 어려워져 결국 LCC 업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스타항공은 자구책으로 노선 다변화에 나서기도 했다. LCC 주요 노선이 대부분 일본, 중국, 동남아에 몰리자 새로운 노선을 확보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이는 LCC 업계에서는 큰 도전으로 꼽힌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 B737맥스 2대를 들여왔고, 2019년 말까지 4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었다. B737맥스 기종의 항속거리는 6500㎞ 정도로 중거리 노선 취항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 LCC에 앞서 중거리 노선을 선점할 구상이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항공 등 737맥스 추락 사고가 연이어 터졌고, 전 세계 항공사들이 해당 기종의 운항을 금지했다. 미국 연방항공청 조사 결과 수평꼬리날개 제어 시스템에서 결함이 밝혀졌다.
취항 3개월 만에 운항이 중단된 이스타항공의 737맥스 2기는 인천공항에서 주기료(비행기의 주차료)만 까먹었다. 한 푼의 수익 없이 리스료 5~6억을 포함해 매달 수십억 원이 날아갔고, 이스타항공은 이미 지난해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여기에 일본 불매 운동까지 닥치면서 이스타항공의 날개는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급휴직 등 구조조정으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고, 이스타홀딩스가 설립된 지 약 5년 만에 경영난을 겪으며 매물로 나왔다.
국내 1위 LCC 제주항공이 인수를 결정하며 한시름 놓는 듯했지만,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며 인수합병마저 제동이 걸렸다.
◇ 창업주 일가 둘러싼 각종 의혹, 임금 체불 문제 등 M&A 발목
이 와중에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를 둘러싼 편법 승계, 자금 출처 등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3월부터 셧다운(운항 중단)에 들어가면서 직원 1600명의 임금 체불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이 의원은 지난달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모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지분 매각 차익이 이스타항공에 귀속되면, 이를 통해 임금체불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모든 건 '제주항공과의 M&A가 성사됐을 때' 성립하는 얘기다. 이스타항공 임금체불 등으로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는 제주항공 입장에서 이 의원의 지분 반납은 이번 M&A와 전혀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더구나, 불투명한 자금 조달, 매각 차익 등에 대한 의혹이 전날까지만 해도 이스타항공은 매각 시 오히려 이스타홀딩스는 마이너스라며 해명해왔다.
그러다 갑자기 오너 일가의 지분 반납을 선언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오너 일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실효성도 없는 지분 헌납을 통해 이를 무마하려 한다는 의심도 제기됐다.
1700억원이 있었으면 애초 매물로도 나오지 않았을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직원들 임금도 5개월째 체불된 상태였다.
결국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대형항공사의 위상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된 '메가 LCC'의 탄생도 물거품이 됐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번 M&A 무산으로 유례없는 대량 실직 사태가 빚어지게 된 점이다. 이스타항공이 파산하면 당장 1600명의 이스타항공 직원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도 실업 대란을 가장 걱정해 M&A 성사를 위해 직접 중재에 나서기도 했지만 결국 수포로 끝났다.
이스타항공은 '전북 거점 항공사'로 출범한 만큼 전라북도의 지원을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플라이강원이 강원도 양양공항을 베이스로 운항하는 것처럼 지역 연고 항공사로, 국내선 운항을 재개하며 파산만은 막으려는 것이다. 다만 이스타항공 내에서 해당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전북도와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
양사는 M&A 실패에 따라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량 실직에 대한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동시에, 계약 파기와 관련한 소송전에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첫 항공사 M&A로 주목받았지만 지리한 공방 끝에 결국 무산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