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후회…지적장애 가족 등친 큰아빠 결국 '실형'

큰엄마도 징역형…재판부 "반성하는 태도 부족…죄질 나빠"

제주 지적장애 가족 부부(사진=고상현 기자)
16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의 복지급여를 가로채고 노동력을 착취한 '인면수심' 큰아빠가 결국 실형에 처해졌다.

23일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서근찬 부장판사는 장애인복지법 위반, 상습 준사기, 업무상 횡령, 근로기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모(71)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고씨의 아내 김모(65)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맏형으로서 지적장애가 있는 막내 동생의 (복지급여) 통장을 가져가서 1억 원 가까이 목적 외 사용했다. 특히 용돈으로 1~2만 원 줬다고 변명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아내에게도 수년간 식당 일을 시키고도 임금 수천만 원을 주지 않고, 동생과 조카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상습 준사기와 업무상 횡령,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기각' 판결했다. 공소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실체적 심리에 들어가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게 된다.

상습 준사기와 업무상 횡령 혐의(복지급여 횡령)는 피해자의 고소를 필요로 하는 '친고죄'에 해당하는데, 고소 사실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임금 미지급)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한다.

재판부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는 상상적 경합에 따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판결했다. 장애인복지법을 위반했을 때는 피해자와의 합의‧고소 여부와는 상관없이 처벌하도록 돼 있다.

지난 1월 29일 제주시 모처에서 피해자 가족 딸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고상현 기자)
고씨 부부는 2004년부터 올해 2월까지 16년 동안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 가족의 장애인연금, 기초생활수급비 등 98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지난 2017년부터 최근까지 3년 동안 동생 아내(56)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서귀포시 모 식당에서 일을 시키고도 급여 4400만 원 상당을 주지 않은 혐의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이밖에 고씨의 경우 지난해 10월 21일 서귀포시 모처에서 동생(61)과 조카(24‧여)를 폭행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4일 결심 공판에서 고씨는 "잘못했다. 수형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앞으로 동생네 가족을 잘 돌봐주겠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이날 결국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가족이 사는 아파트 내부 모습. 벽면에 곰팡이가 슬고 벽지가 누렇게 변색된 상태로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사진=고상현 기자)
앞서 CBS노컷뉴스 단독 보도로 큰아버지인 고씨가 동생 부부, 조카로 이뤄진 지적장애 가족의 복지급여를 횡령한 데 이어 노동력을 착취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밖에 고씨는 동생 가족이 사는 서귀포시 모 아파트에 수시로 찾아가 "왜 태어났느냐"며 욕설하거나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주먹 등으로 폭행한 의혹도 불거졌다.

고씨는 지난 2004년부터 동생 가족의 복지급여 통장 등 생활 전반을 관리했다. 이전까지 동생 가족을 돌보던 친할아버지가 숨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보호자였던 고씨가 동생 가족이 모두 지적장애(2급)가 있는 점을 악용해 오랜 기간 폭언‧폭행뿐만 아니라 복지급여를 가로채고, 노동력을 착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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