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숙현 문제 '부모님 탓'"…김규봉·장윤정 책임 전가

'경주시청 3인방' 공정위에서 "아니다" "기억 안 난다" 반복
"식고문 시킨 적 없다"…"선수들 체중 관리 어려워해"
"원래 부친과 사이 안 좋았다" 가족에 책임 전가도
안주현, "휴대폰 없애라"고 요구해
오늘 국회 청문회, 진실 밝혀질까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 등이 지난 6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가혹 행위를 한 당사자로 꼽히는 경주시청 3인방이 지난 6일 열린 '2020년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에서 최 선수의 불행을 가족과의 불화 탓으로 돌리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정했다.

CBS노컷뉴스가 22일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당시 공정위 회의록에 따르면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 장윤정 선수, 김도환 선수 등 3인은 본인들에게 제기된 가혹 행위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사건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18일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에 낸 진술서와 같은 날(6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발언한 취지 그대로였다.

이들 3인방은 운동처방사 안주현씨와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난 상태였다. 지난 4월 최 선수가 폭행·폭언 사실을 클린스포츠센터에 접수했을 때 조사대상조차 아니었던 안씨가 두 달 만인 지난 6월 먼저 전화를 걸어 자신의 폭행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안씨는 당시 김 전 감독이 오해와 누명을 받고 있다며 모든 것은 본인의 잘못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당초 한 명당 30분 정도 소명 시간을 가질 것이란 협회 관계자의 예상과 달리 공정위에서는 김 감독 한 사람에게만 2시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이들은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했다.

◇ 가해자들, 공정위 소명 자리에서 "아니다" "기억 안 난다" 반복

김 감독은 폭행·폭언부터 이른바 '식(食)고문'까지 제기된 혐의 전반을 부인했다.

김 감독은 먼저 '폭언'에 대해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입장차이가 있다"고 강변했다. 자신은 훈련과 안전 등을 위해 불가피하게 강한 어조와 제스처를 취한 것인데,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폭언'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그는 "제가 말하는 이런 톤과 그런 제스처들이 강하고 그래서 그렇게 충분히 느꼈을 수는 있다"면서도 "'야, 정신 못 차리고 왜…' 같은 발언도 폭언이라고 한다면 받아들이는 입장이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폭행이 있었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6~7년 전에 여자 선수들이 폭언이 나왔다고 얘기하고 있고, (과거의)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동료 선수들 증언처럼) 한 달에 10일 동안 폭행을 했다는 건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최 선수의 동료들이 '2015년 가슴을 가격당했다', '2017년 노래방에서 맞아 코피가 났다'고 폭로한 부분에 대해 "기억이 안 난다"고 답변했다.

김 감독이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자 한 위원은 "특정 부분들은 아예 기억이 전혀 안 나고 그래서, 기억력이 좋으신 분인지 아닌지 파악이 안 된다"고 지적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 운동부 김규봉 감독이 출석해 의원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무엇보다 김 감독은 2016년 8월 경북 문경시의 한 모텔에서 행해진 '식고문'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자신이 강제로 빵을 먹게 한 것이 아니라, 체중과 식단 관리에 어려움을 겪던 여자선수들이 자발적으로 그와 같은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여자선수들이 대체로 체중 관리에 많이 힘들어 하는 부분이 있다"며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많이 먹고 구토를 하는 그런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최 선수는 식사 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시켰다는 이유로 20만 원 가량 되는 빵을 강제로 먹는 식고문을 당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같은 피해를 당한 동료 선수 A씨는 경찰 진술서에서 당시 김 감독이 여자선수들만 체중을 재보도록 한 뒤, 본인과 최 선수의 몸무게가 조금 더 나오자 이 같은 가혹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장윤정 선수를 제외한 여자선수 3명이 빵을 먹으며 4~5번가량의 구토를 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 "부친과 사이 안 좋았다"…"안주현이 폭행" 책임 전가도

이들은 최 선수의 불행 원인을 심리 위축과 더불어 부모님과의 불화로 돌렸다.

김 감독은 "부모님이 (최 선수에게) 강압적으로 운동을 시키셨다. 운동을 하기 싫으면 언어로 학대를 했다"며 최 선수가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김 감독은 특히 "최 선수가 고인이 되는 등 이 같은 문제가 터진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모 위원의 질문에 "고소인은 최 선수였지만, 항상 나한테 부모님이 고소·고발을 (했다)"며 "최 선수의 부모님이 저한테 섭섭함, 시기와 질투(가 있었고), 우리 애가 항상 장윤정 선수보다는 부당한 이거(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최 선수가 부산으로 팀을 이적하게 된 과정도 오해에서 비롯한 아버님의 원한이 쌓여서인가"라는 질문에 "예, 아버님이 (최 선수를) 버렸다고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17년 최 선수의 숙소이탈 사태도 최 선수 아버지의 폭언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운동을 하기 싫다는 최 선수에게 아버지가 "내 친구들한테 네 잘난 모습을 자랑해야 한다. 왜관에 오지 말라"며 운동을 계속할 것을 강권했다는 것이다.

이는 장 선수의 해명과도 같다. 장 선수도 "뉴질랜드를 갔다 온 4~5월이면 최 선수가 무단이탈을 했다"며 "부모님이 '(무단이탈은) 여기 팀 때문이다'라고 주장하면, 최 선수는 '아니다 정말 부모님 때문이다'라고 (반박했다)"고 주장했다.

장 선수는 최 선수의 부모님과의 불화가 중학교 시절부터 이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선수가 석정중학교에 다닐 때 수영을 하다가 많이 맞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니 오히려 아버지는 그 선생님과 술을 먹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안영주 스포츠공정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편, 폭행을 한 주체는 본인들이 아닌 운동처방사 안씨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본인의 폭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던 김 감독은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안씨가 최 선수를 폭행했을 때 "콩비지 요리를 하느라 뒤를 돌아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 때린 것은 보지 못했지만, 폭행이 이어지길래 안씨의 허리를 잡아 말렸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 선수는 안씨가 본인에게 '증거인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장 선수는 안씨가 본인을 뉴질랜드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하며 "최숙현 선수 어떻게든 술을 먹이든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휴대폰을 없애라. (휴대폰을) 바닷물에 빠트려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 선수를 폭행할 당시 녹취자료를 최 선수가 가지고 있는 것을 미리 안 안씨가 저를 가해자로 지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 선수 父 "물타기" 반박…오늘 국회 청문회, '가해자' 출석여부 관심

최 선수의 부친인 최영희씨는 이같은 김 감독과 장 선수의 주장에 대해 "일고(一顧)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최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숙현이가) 부모와 불화가 있을 이유도 없고, 지금은 그저 그 사람들의 말만 믿고 2017년에 운동을 안 하려던 숙현이를 설득해 보내준 게 얼마나 후회스러운지 모른다"며 "(김 감독 등의 발언은) '물타기' 같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말쯤 김 감독에게 전화해 '만약 장윤정이나 김도환과 (재)계약해 계속 운동을 시키게 되면 절대로 내가 이번엔 가만 안 있는다' 했는데, 이들이 뉴질랜드 전지훈련에 복귀하면서 (숙현이의) 악몽이 시작된 것"이라며 "본질을 흐리는 그런 이야기는 수사기관에서도 인정하지 않을 거다. (김 감독 등에게) 당한 애들이 얼마나 많나"라고 반문했다.

이날 '철인 3종경기 선수 가혹행위 및 체육분야 인권침해 청문회'를 위해 국회에 출석하는 최씨는 "고소장에 적시한 내용은 수사기관에서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며 "지금도 집사람은 밤잠을 설치고 식사도 겨우 하루에 두 끼를 조금씩 먹고 버틴다.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으면…"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줄곧 '폭행 의혹'을 부정했던 김도환 선수가 지난 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최숙현 선수를 폭행한 것을 인정한다"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김 감독과 장 선수의 진술이 의도적으로 조작된 '말 바꾸기'일 가능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국회에서는 문체위가 주관하는 최 선수 관련 청문회가 열린다. 다만, '가해자'로 지목된 김 감독과 안씨, 장 선수는 수사 진행과 스트레스, 출석요구 반송 등을 이유로 불참을 예고했다. 전날 문체위가 이들에 대해 동행명령을 내린 가운데, 이들의 참석 여부와 함께 진실 공방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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