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당권 주자이자 대권 후보인 이낙연 의원은 이 지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이해찬 대표도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 이재명 '무공천' 발언에 이낙연·이해찬 '발끈'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해 단숨에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린 이재명 경기도지사. 그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며 "(내년 보궐선거에서)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는 발언과 함께 복귀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러자 차기 대권 주자 선두에 서있는 이낙연 의원도 2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뒤에 오는 것을 먼저 끄집어내서 당내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가"라며 이 지사의 입장에 각을 세웠다.
이해찬 대표도 전날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의 무공천 발언이 시기상 성급했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궐선거가 내년 4월인 만큼, 다음 지도부가 결정할 문제를 지금 꺼내봤자 논쟁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당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와 관련한 의사 결정은 다음 지도부가 해야하는 거다. 지금 토론해봤자 논쟁의 효과가 없다는 취지로 당 대표가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이날 당 대표 출마 선언 뒤 기자들과 만나 "(보궐선거 문제는) 차기 지도부가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미리 안 된다고 선을 긋는 건 어렵다"며 이 지사의 발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내 한 중진 의원도 "이 지사는 이제 막 대법원에서 혐의를 벗었다"면서 "벌써부터 당 지도부에서 다룰 문제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차기 대권 행보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재명 지사가 당 지도부 입장과는 배치되는 발언을 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 지사의 소신 발언을 계기로 당권 후보들과 여권 잠룡들을 중심으로 '선명한 메시지'가 나오는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했던 말들 중에 '벼룩은 뛰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면서 "선명한 메시지로 튀어 여기까지 왔고, 이게 지금의 시대정신과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예전엔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경기도지사로서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보고 당내에서도 비호감이 많이 줄었다"고 평했다.
이낙연 의원도 전날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자리에서 "앞으로 후보이기에 좀 더 자유롭게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향후 메시지 선명성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