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상황 유출을 적극 부인하던 경찰은 고소가 이뤄졌던 8일 오후 4시 30분 보다 2시간 앞서 고소 관련 내용을 접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당시 박 전 시장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의문의 시각은 걷히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청-경찰청-청와대 공식 보고…김창룡 "유출 없어, 잘못 있으면 책임지겠다"
이날 청문회에서 쟁점은 단연 박 전 시장 사건에 맞춰졌다. 특히 성추행 혐의 고소와 관련 '수사상황 유출'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내부 규칙'(범죄수사규칙‧치안상황실 운영규칙)에 따라 지난 8일 고소를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 경찰청 본청, 청와대 순으로 공식 보고가 이뤄졌으며 "유출은 일절 없었다"는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김 후보자 역시 "당일 문자로 (고소) 내용을 보고 받았다"라고 밝혔다. 비록 공식 보고라인은 아니지만 청문회 준비를 위해 해당 사실을 접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김 후보자는 보고 시점에 대해 "(8일) 경찰청에 오후 6시 조금 넘어서 보고된 걸로 알고 있고 청와대에는 7시 거의 임박해서 보고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보고가 조금 지체된 것에 대해선 "내용까지 정리해 보고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청와대 보고가 몇 번 더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그 이후에 실무선에서 아마 통화가 한 번 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8일 오후 6시쯤 경찰청 본청에, 본청은 오후 7시쯤 청와대에 보고했고, 이 사이 김 후보자가 문자로 해당 내용을 접한 셈이다. 본청은 또 청와대에 한번 더 통화로 보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유출'과 관련, 김 후보자는 "현재까지 모든 정황을 종합한 결과 경찰에서 피소 사실이 유출된 정황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만약 경찰이 성추행 혐의 피소 사실을 유출했다면 직을 걸고 책임져야 한다'는 질의에 대해선 "유출 과정에서 경찰의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고 책임을 지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野 "경찰, 고소 전 상황 인지"…임순영 특보 '불미스러운 일' 보고 보다 앞서
미래통합당 권영세 의원은 이날 오후 질의에서 박 전 시장 고소와 관련 경찰이 최초 인지한 시점이 '8일 오후 2시 28분'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8일 오후 4시 30분보다 2시간 정도 앞선 시점이다.
권 의원은 경찰이 피해자 측 변호인과의 통화를 통해 정보를 접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후 2시 28분에 고소인 변호사가 여성청소년 담당 팀장에게 전화로 '중요한 사건이다. 서울시 높은 분이니 서울청에서 조사해 달라'고 전화하면서 최초 인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팀장이 오후 3시 30분에 다시 변호인에게 전화해 '진짜 고소장을 접수할 것이냐'고 묻는다. 단순히 확인한 것이 아니라 내부 논의 끝에 확인시킨 것이 아닌가 추정하게 하는 부분"이라며 "이후 오후 4시 50분부터 30분 내에 경찰청장까지 상황 전파가 완료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상황을 인지하고 고소를 실제 접수하기까지 약 '2시간', 해당 시간이 또다시 미궁 속에 빠진 셈이다.
무엇보다 해당 시간 사이인 8일 오후 3시쯤에는 유출 의혹 '키맨'으로 지목된 서울시 임순영 젠더특보가 박 전 시장을 직접 찾아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보기도 했다. 단순히 시간적으로 나열하면 △경찰 상황 인지(오후 2시 28분) △임 특보 '불미스러운 일' 보고(오후 3시) △실제 고소장 접수(오후 4시 30분) 등으로 경찰 유출 의혹이 조금 더 커진 셈이다.
경찰은 해당 질의가 알려지자 부랴부랴 입장문을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는 여청수사팀장이 오후 2시 28분경 피해자 측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서울시 공무원이 관련된 성관련 사건을 고소하려는데 가해자가 높은 사람이다. 서울청에서 수사해달라'고 해 '민원실에 접수하라'고 안내를 한 바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후 4시 30분경 민원실에 내려가 접수된 고소사건을 받았던 것으로, 최초 통화시에는 피고소인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며 "접수된 고소장을 인계받는 과정에서 비로소 피고소인이 박원순 시장임을 알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고소 전 인지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피고소인이 '박 전 시장'인 점은 몰랐다며 유출 의혹을 부인한 셈이다.
해당 사실은 김 후보자 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는 관련 질의에 "제가 구체적인 보고 내용까진 따로 확인을 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유출 의혹 '키맨' 임순영 특보 20일 경찰 출석
임 특보는 조사 일정과 관련 경찰과 '밀고 당기기'를 해왔다. 최근에는 22일에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었으나, 20일 조사를 받기로 결심하고 경찰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임 특보는 언론보도를 통해 '불미스러운 일' 정도만 알았을 뿐, 성추행 고소 사실은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렇다면 불미스러운 일을 어디서 들었는지에 대해선 "서울시 외부의 몇몇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밝혔다.
외부 사람이 누구인지와 관련, 시민단체 쪽은 아니라면서도 청와대, 경찰,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선 "나중에 밝혀질 것",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며 여지를 둔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언론에 제기된 의혹들) 모든 것을 다 (조사 과정에서) 얘기할 것"이라며 "변사 뿐만 아니라 고소, 고발 등 사건에 있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