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로 설거지…세탁기랑 비데에도 정수 필터 달았어요"

인천발 수돗물 유충 공포에 정수 필터 판매 급증…세면대·샤워기는 물론, 세탁기에도 설치
홈플러스, 인천지역 수도·샤워용품 작년 대비 265% 신장…생수 매출 역시 60% 까지 올라

아파트 욕실에서 발견된 유충(사진=독자 제공/자료사진)
화면으로만 봐도 빨간색 벌레의 존재감은 확실했다.

어렸을때부터 아토피 피부염을 앓았던 프리랜서 최모(35)씨는 절망했다. 2년 넘게 살던 서울을 떠나 평수를 늘려 인천 서구로 이사간 지 2주가 됐을 때 수돗물 유충 사건이 터졌다.


유충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근질거렸다. 전셋집 계약은 2년. 당장 이사를 갈 수는 없었다. 그녀는 곧장 컴퓨터를 켜고 지역 맘카페에 가입했다.

역시나 카페는 수돗물 유충 이슈로 시끄러웠다. 정수기도 믿지 못하겠다는 엄마들은 생수로 설거지하고 아기 목욕과 세수까지 하고 있다고 했다.

'내새끼는 내가 지킨다'며 일부 회원은 샤워 필터는 물론 세면대, 세탁기 물까지 정수가 가능한 필터 정보들을 올렸고 좌표를 공유하기도 했다.

최모(35)씨 집 세탁기에 설치된 정수 필터.(사진=독자 제공)

최모(35)씨 집 세면대에 설치한 정수용 필터(사진=독자 제공)

최씨는 "세면대 필터 이벤트부터 세탁기, 비데 필터까지 맘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20만원 상당의 필터를 직접 사서 집 안에 다 설치했다"며 "수돗물 받아서 살펴보고 불안에 떨다가 필터를 설치해 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인천발 수돗물 유충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최씨처럼 정수 필터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1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19일 동안 인천지역의 필터샤워기, 주방씽크헤드, 녹물제거샤워기 등 샤워/수도용품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65%나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전체도 전국 평균 대비 높은 67%의 매출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정수필터 판매량은 전달보다 124.8% 증가했다. 주방용 헤드에 끼워쓰는 필터도 125.9%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SSG닷컴 역시 같은 기간의 샤워필터 판매량이 전월대비 무려 610%나 늘어났다.

수돗물 포비아에 생수를 배달시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의 생수 판매량은 13일부터 19일까지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가각 23%, 34% 증가했다.

홈플러스 전국 생수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0% 신장했다. 특히 인천과 경기 지역 매출은 30~60%의 신장세를 보였다.

맘카페에서 입소문이 난 닥터피엘과 듀벨 등 정수필터 전문 업체는 구매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일시적으로 다운되기도 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인천과 서울 등 일부 지역 수돗물 이슈로 샤워기 필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며 "생수와 함께 해당 품목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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