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기 전까지 청와대와 정부, 당과 정부, 부처와 부처 사이에서 엇박자가 나면서 국민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부동산 난맥상 속에서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혼선 7일 만에 문 대통령이 교통정리 "그린벨트 보존"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와 청와대에서 주례회동을 갖고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고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정 총리는 전날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제동을 건 뒤 문 대통령에게 해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공급 확대 대안 찾기 강조 "군 태릉골프장 등 활용"
대신에 문 대통령은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한 다른 획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며,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자체와 계속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군이 태릉 골프장을 아파트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논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홍남기 부총리 시작으로 정부와 청와대 오락가락, 부동만 가격만 들쑤셔
문 대통령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 안에서도 '점입가경'으로 혼돈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약 일주일 간의 그린벨트 논란을 복기해보면 청와대와 정부여당 안에서 조율되지 않은 말들이 흘러나오면서 얼마나 소모적인 논쟁을 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다음날, 민주당에서도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나왔다. 15일 오후 부동산 당정 협의 직후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취재진에게 "(서울시 그린벨트 해제) 그런 것들까지 포함해서 공급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하루에 두 번 말이 바뀌며 혼선을 자초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15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린벨트 해제는)정부 차원에서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며 "서울시와도 이 부분에 대한 협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날 오후 박 차관은 '주택공급확대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도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당정 협의 결과를 보고 받은 뒤에 국토부가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이틀 뒤인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것(그린벨트 해제)은 정부가 이미 당정 간에 의견을 정리했다"며 해제를 기정사실화하는 뉘앙스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이처럼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해지자 다시 제동을 건 것도 여권이었다.
이처럼 여권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문 대통령은 그린벨트 보존 입장을 명확히 하며 사태를 정리하고 나섰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사이에 전개된 정부여당의 난맥상에 국민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당정청 핵심들 사이에서도 말이 엇갈렸고 입장이 오락가락했다. 특히나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는 오전 다르고 오후 다른 메시지가 나간 것은 뼈아픈 부분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사이 관련 부동산 가격만 올랐다.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그린벨트 해제 후보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일주일세 급등 조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