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페이스북 담벼락에 11명의 의원을 찾는 전단지가 붙었다. 의원들의 사진과 함께 이름과 소속 등 인적사항이 담겼다. 11명이 실종된 날짜와 장소는 모두 같았다. 2020년 7월 15일 대전시의회 본회의장.
"공식적인 이유 없이 대전시의회 본회의에 결석하고 있"고," 그 때문에 본회의가 열리지 못해 조례 심의, 특히 대전시 코로나19 대응기구 설치를 못하고 있다"는 호소가 붉은 글씨로 담겨있었다.
이들의 '실종 사유'는 자리싸움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은 의장 선출 때부터 삐걱댔다.
전체 의원 22명 가운데 21명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의원총회에서 3선의 권중순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추천했는데, 정작 지난 3일 본회의 투표에서는 무효표가 11표나 나오면서 단독 후보로 나섰던 권 의원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의회는 재선거에서도 2차 투표까지 진행한 끝에 가까스로 의장을 선출했다. 이 같은 부침이 상임위원회 배정에서도 반복되는 상황이다.
전단지가 붙은 17일은 제251회 임시회 회기가 끝나는 날이었다. 의결정족수 미달이 거듭되며 시의회는 결국 회기 끝까지 상임위 구성을 하지 못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붙인 이 온라인 전단지는 곳곳에 공유되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설재균 간사는 "의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시민분들에게 좀 더 효과적으로 알리고 의원들의 각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에서 전단지를 만들게 됐다"며 "지역구 의원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알게 되고 이를 공유하는 등 파급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리싸움으로 지난 임시회 회기 끝까지 파행을 이어간 대전시의회는, 또 다시 열린 임시회에서도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들이 의장 선출 과정에 이어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선출에서도 갈등을 빚으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감염병 전담조직 신설 등 조례 제·개정 심의도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역 12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대전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 무책임으로 점철된 대전시의회를 규탄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회의는 "대전시의 업무보고와 조례 제·개정 심의 등 산적한 현안들이 많고, 무엇보다 코로나19의 극복을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시기임에도 대전시의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어 "자리욕심으로 자신의 의무를 저버린 11명의 의원을 기억하고, 시민에게 알리고 심판할 것"이라며 "책임을 제대로 묻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의 대응도 지켜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대전시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시당 윤리심판원이 '조사 명령'을 발동하기로 하고, 의원들에게 분명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제도 개선 방안과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