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얼마나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초미의 관심사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경 상장적격성 심질심사 중인 모 회사 관계자와 면담 중 해덕파워웨이와 관련해 지인이 남부지검에 제출한 진정서가 있다며 자료를 전달 받았다.
진정서 내용의 핵심은 '사기적 부정거래'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이사와 박모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가 짜고 해덕파워웨이와 자회사 세보테크의 자금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고, 이 펀드에서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하는 것처럼 자금을 세탁했다는 내용이다. 진정서에는 이들이 페이퍼컴퍼니 자금으로 화성산업에 유상증자를 한 뒤 화성산업 명의로 전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는 내용까지 적혔다.
해덕파워웨이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기 직전 이 변호사가 지난해 3월부터 10월말까지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곳이다. 화성산업은 이 변호사의 남편인 윤 변호사가 감사로 있었다. 이 해덕파워웨이와 화성산업은 무자본 인수합병(M&A) 문제로도 얽혀 있는데,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각 회사의 임원이었던 것이다.
해덕파워웨이는 무자본 M&A 세력이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화성산업의 최대주주는 셉틸리언으로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졌고,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배우자인 윤모씨가 사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옵티머스와 셉틸리언의 관계로 볼 때 무자본 M&A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거래소는 진정서에 적시된 내용의 사실 여부 및 관련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특경법상 횡령 배임 해당 여부는 수사기관이 아닌 거래소가 조사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해덕파워웨이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진정서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기업정보 검색과 등기부등본 조사 등을 통해 해덕파워웨이의 지배구조와 옵티머스 관련 불투명성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전달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공식 민원 접수된 서류라면 민원 답변하게 돼 있지만 이 서류는 그렇지 않아서 답변하진 않았고, 진정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개인 정보를 지우고 보관했다"고 말했다.
◇ 무자본 M&A 의혹 중심 핵심인물이 靑 직행, 의혹 증폭
문제는 이 변호사가 이처럼 무자본 M&A 중심에 있던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지낸 뒤 직행한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란 점이다. 민정수석실은 법률 문제를 보좌하고 반부패 업무를 행할 뿐 아니라, 5대 사정기관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김조원 현 민정수석이 당무 감사원장을 할 당시 감사위원이었던 이 변호사의 이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 변호사는 해덕파워웨이에서 사외이사로 지난해 3월부터 있었고 10월 24일 사임 등기가 완료됐다. 이후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갔고, 지난 달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자 사임했다. 시기적으로 이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때 수사기관에 사실에 가까운 진정서가 접수됐고, 곧바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변호사가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있던 시절에 사기적 부정 거래 문제 제기가 상당 부분 현실화되면서 이 변호사 역시 이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증폭될 전망이다. 설사 이 전 행정관 모르게 이런 일이 진행됐더라도 사외이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 구제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윤창현 의원은 "금리 3%를 주겠다고 해놓고 남의 돈 5000억원을 모아서 전혀 안전하지 않은 부동산 투자를 벌인 것"이라며 "성공했을 경우 47%를 자기들이 가져가는 구조로 만들어 놓은 건데, 환매가 안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이 정도 규모로 사기를 치려면 보통 배경을 가지고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이런 거대한 사기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를 청와대는 해명해야 한다"면서 "청와대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고 알았다고 해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