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 사태, 靑 행정관 부부는 어느 정도 연루됐나

옵티머스 사태 예견한 진정서 지난해 7월 남부지검·거래소에 접수
상당 부분 일치하지만 아무런 조치 없어 사태 키웠다는 지적 제기돼
靑 행정관이 사외이사로 있던 시절과 겹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 증폭

5천억 규모의 환매 중단이 우려되고 있는 '옵티머스 사태'를 예견한 진정서가 지난해 검찰과 한국거래소에 들어갔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사건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정서에는 최근 청와대 행정관을 사임한 이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회사가 옵티머스자산운용사와 짜고 사기적 부정거래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변호사는 현재 옵티머스 사태의 '키맨'으로 꼽히는 윤모 변호사의 아내다.

옵티머스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얼마나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는지 초미의 관심사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 옵티머스 사태 예견한 진정서 지난해 7월 남부지검·거래소에 접수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7월경 상장적격성 심질심사 중인 모 회사 관계자와 면담 중 해덕파워웨이와 관련해 지인이 남부지검에 제출한 진정서가 있다며 자료를 전달 받았다.

진정서 내용의 핵심은 '사기적 부정거래'다.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이사와 박모 해덕파워웨이 대표이사가 짜고 해덕파워웨이와 자회사 세보테크의 자금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고, 이 펀드에서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하는 것처럼 자금을 세탁했다는 내용이다. 진정서에는 이들이 페이퍼컴퍼니 자금으로 화성산업에 유상증자를 한 뒤 화성산업 명의로 전 최대주주의 지분을 인수하게 됐다는 내용까지 적혔다.

해덕파워웨이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기 직전 이 변호사가 지난해 3월부터 10월말까지 사외이사로 몸담았던 곳이다. 화성산업은 이 변호사의 남편인 윤 변호사가 감사로 있었다. 이 해덕파워웨이와 화성산업은 무자본 인수합병(M&A) 문제로도 얽혀 있는데, 청와대 행정관 부부가 각 회사의 임원이었던 것이다.

해덕파워웨이는 무자본 M&A 세력이 옵티머스 펀드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화성산업의 최대주주는 셉틸리언으로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로 알려졌고,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배우자인 윤모씨가 사내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옵티머스와 셉틸리언의 관계로 볼 때 무자본 M&A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성기 기자)
결국 진정서 내용과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그런데 진정서 이후에 수사기관의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덕파워웨이와 옵티머스 관련 진정서가 접수됐냐는 질문에 남부지검은 "해덕파워웨이와 옵티머스 관련 사건이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진정서에 적시된 내용의 사실 여부 및 관련자들의 자본시장법 위반, 특경법상 횡령 배임 해당 여부는 수사기관이 아닌 거래소가 조사하거나 판단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해덕파워웨이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과정에서 이 진정서의 내용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기업정보 검색과 등기부등본 조사 등을 통해 해덕파워웨이의 지배구조와 옵티머스 관련 불투명성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전달 여부는 알 수 없다"면서 "공식 민원 접수된 서류라면 민원 답변하게 돼 있지만 이 서류는 그렇지 않아서 답변하진 않았고, 진정인으로부터 직접 받은 게 아니라서 개인 정보를 지우고 보관했다"고 말했다.

◇ 무자본 M&A 의혹 중심 핵심인물이 靑 직행, 의혹 증폭

문제는 이 변호사가 이처럼 무자본 M&A 중심에 있던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지낸 뒤 직행한 곳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란 점이다. 민정수석실은 법률 문제를 보좌하고 반부패 업무를 행할 뿐 아니라, 5대 사정기관인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김조원 현 민정수석이 당무 감사원장을 할 당시 감사위원이었던 이 변호사의 이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 변호사는 해덕파워웨이에서 사외이사로 지난해 3월부터 있었고 10월 24일 사임 등기가 완료됐다. 이후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갔고, 지난 달 옵티머스 사태가 불거지자 사임했다. 시기적으로 이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있었던 때 수사기관에 사실에 가까운 진정서가 접수됐고, 곧바로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변호사가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로 있던 시절에 사기적 부정 거래 문제 제기가 상당 부분 현실화되면서 이 변호사 역시 이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은 증폭될 전망이다. 설사 이 전 행정관 모르게 이런 일이 진행됐더라도 사외이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사모펀드 비리 방지 및 피해 구제 특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윤창현 의원은 "금리 3%를 주겠다고 해놓고 남의 돈 5000억원을 모아서 전혀 안전하지 않은 부동산 투자를 벌인 것"이라며 "성공했을 경우 47%를 자기들이 가져가는 구조로 만들어 놓은 건데, 환매가 안되는 바람에 들통이 났다. 이 정도 규모로 사기를 치려면 보통 배경을 가지고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특히 "이런 거대한 사기극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를 청와대는 해명해야 한다"면서 "청와대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해도 문제고 알았다고 해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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