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또한 협치가 아닌 대치 국면만을 이어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국회에 매고간 문대통령 넥타이에 담긴 협치 메시지
문 대통령은 이날 특별히 준비한 협치 넥타이를 매고서 국회를 찾았다. 넥타이에는 민주당의 상징인 파란색과, 통합당 상징인 분홍색, 정의당의 상징인 노란색 줄이 그어져 있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다양한 색이 조화롭게 디자인 된 넥타이로, 협치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야가 하나로 똘똘 뭉쳐 코로나 19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21대 국회가 되기를 바라는 여망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연설문에서도 협치를 유독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협치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분위기는 싸늘했다. 통합당 측 의원들은 문 대통령이 연설 중 협치를 5번이나 언급하며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하자, '야유'를 보냈다. 통합당은 고성 항의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항의 표시로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규탄리본을 착용하기도 했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연설 뒤 "대통령께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없었던 것 같다"며 평가절하했다.
이어 그는 "국회연설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통합당, 개원연설 앞서 문 대통령에 10대 현안 공개 질의로 압박
통합당이 이날 국회 개원연설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공개 질의를 통해 요구한 현안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 원내대표는 지적한 것이다.
10대 질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독재주의 △소득주도성장의 폐기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물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해임 여부 △내년 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공천 등을 총망라했다.
◇문 대통령-여야 대표 환담서도 신경전
연설뒤 이어진 환담에서도 묘한 신경전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통합당 주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늘 협치를 강조하는데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보면 독치 하는거같아서 헷갈린다"며 "협치를 우리보고 말하지 말고 민주당에게 얘기하라"고 지적했다. 이날로 여당이 18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독식한 것을 들어 문 대통령의 협치 의사를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또 주 원내대표는 10가지 질의사항에 대해 답변해달라고 거듭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을 통해 답을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 원내대표는 전했다.
또 한국판 뉴딜과 관련해서도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을 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국판 뉴딜을 위한 재원이 160조원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문 대통령은 "과감한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정부 재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오랫동안 금융 쪽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금융자산과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민간펀드를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와 함께 '위기 속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아야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위기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고 더 좁혀지게 하려는 게 한국판뉴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단순히 일자리를 몇 개로 늘린다거나 경제회복 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이 경제 위기 속 협치를 강조했지만, 야당이 이처럼 날선 반응을 보이면서 21대 국회 또한 강대 강 대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과 공수처 설치, 그리고 한국판 뉴딜 지원 법안 등 시급한 과제들을 국회에 넘긴 만큼 여당으로서도 밀어 붙일 수밖에 없다. 야당 또한 이들 핵심 법안들을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 복원을 비롯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주 만나자고 한 만큼 문 대통령의 협치 실험이 통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