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김현정의 뉴스쇼(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대기자
권영철의 Why 뉴스, 권영철 대기자 어서 오십시오.
◆ 권영철>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사실은 금요일, 지난 금요일에 제가 특보를 할 만큼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묻혀져 있던 재판 하나가 있었는데 그거를 오늘 Why 뉴스에서 꺼내오셨네요.
◇ 김현정> 대법원에서 파기환송하라 보냈을 때는 형이 늘어날 거라는 얘기가 훨씬 많았거든요, 예상들이.
◆ 권영철> 그렇죠. 지난해 8월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했는데 그때 TV로 생중계도 됐던 판결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 권영철> 당시에는 그 특가법, 뇌물죄를 다른 죄와 나눠서 해라. 이게 왜 그러냐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냐 없느냐 공직선거법과 연관이 되기 때문인데요. 그것 때문에 좀 분리하라고 했는데 당시에 법조계에서는 분리 선고하면 형이 좀 늘어나지 않겠느냐. 뇌물 액수도 늘어나고 이러니까 그렇게 해석이 됐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예상을 깨고 유지도 아닌 10년 감형. 이게 어떻게 된 것인가 오늘의 Why 뉴스. 바로 그 부분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왜예요? 뭡니까?
◆ 권영철> 재판장이 법정에서 밝힌 감형 이유는 첫 번째는 박근혜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득액이 별로 없다는 것이고요. 두 번째는 정치적으로 파산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보인다는 것. 세 번째는 형이 종료되는 시점의 나이를 고려했다, 이렇게 밝혔습니다.
◇ 김현정> 나이를 고려했다?
◆ 권영철> 네.
◇ 김현정> 또 있어요?
◇ 김현정> 그렇죠.
◆ 권영철> 아마 거의 기본 형량이 10년에서 16년 정도니까 이걸 감안하지 않았나 그렇게 보는 겁니다.
◇ 김현정> 나이를 고려했다는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52년생 만 68세니까 징역 20년이면 88세 되는 거잖아요.
◆ 권영철> 네, 그렇죠.
◇ 김현정> 그거 고려했다는 거예요?
◆ 권영철> 형을 마칠 때 시점의 나이를 고려했다는 것이고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이 징역 2년이 확정된 게 있잖아요. 그리고 벌금 180억원을 납부하지 않을 경우에 3년간 노역장 유치를 합니다. 이러면 이게 도합 25년이 되는 거죠. 이미 3년이 지났으니까 22년 뒤가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 김현정> 90세 정도. 만 90세.
◆ 권영철> 90세가 되니까 이걸 감안했다는 이런 얘기인 거죠.
◇ 김현정> 그러면 90세 넘으면 형을 살리지 않는다라고 하면 그러면 무기징역이라는 건 필요 없는 거 아니에요?
◆ 권영철> 그 점에서 비판을 많이 받는 겁니다. 외국처럼 종신형이 없다고 하지만 무기징역이 있는데 피고인의 나이를 고려했다는 것은 법원이 노골적으로 봐주려 한 게 아닌가 하는 그런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감형을 하기로 먼저 결정하고 난 뒤에 이유를 끼워맞추다 보니까 그런 말이 나온 게 아닌가. 그런 해석을 하기도 하더라고요.
한신대 송주명 교수는 "이게 말이 되느냐 이래서 대한민국의 정의가 바로 서지 못한다."면서 "검찰과 판사가 맘 먹으면, 없는 죄를 만들기도 하고, 중범죄 형량을 솜방망이 처벌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나라. 대법원이 최서원(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서 강요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을 빌미로, 박근혜에게 적용된 강요죄를 무더기로 무죄로 뒤집어버렸군요. 그래서 10년씩이나 감형, 피고인의 나이까지 잘 살펴주는 '친절한 재판부'.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가 박근혜를 아예 '봐주어 버리자'고 맘먹은 것 아닌지요?"라는 비판적인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 권영철> 전국에 10여 명 정도는 가끔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도 아흔살 넘은 분이 수감이 됐다가 자연사 해서 돌아가신 분들도 있고.
◇ 김현정> 그러니까요. 누가 언제 죽을지는 이건 하늘밖에 모르는 건데 이 정도 살지 않겠느냐 해서 형을 주는 건 참 놀라운.
◆ 권영철> 국민들의 법 감정과 잘 안 맞는 거죠.
◇ 김현정> 외국에서는 몇 백년씩 선고하기도 하잖아요. 이게 어떤 상진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몇 백년을 살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 권영철> 맞습니다. 죄의 중함을, 경종을 울리는 차원인데 실제 제가 기억하기로도 1000년이 넘는 경우가 2번 있었거든요. (박 전 대통령에게 그런 형을 선고하라는 게 아니라 법원이 만기출소시의 나이를 고려했다니까 하는 얘기다.)
◇ 김현정> 외국은 그래요.
◆ 권영철> 미국에서 있던 일인데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고등법원은 4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르네 로페즈(41세))에게 징역 1천503년을 선고했다.
2013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감금 사건의 피고인 아리엘 카스트로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과 함께 1000년 연속 징역형이 선고됐다.
◇ 김현정> 정치적으로 파산 선고를 받은 거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감형한다. 이건 또 무슨 얘기죠?
◆ 권영철> 이것도 사실 봐주려고 쓴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인들하고 같이 분석해 보니까 이미 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도 공개 편지를 보내서 선거에 관여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당시에 그때 유영하 변호사가 낭독한 편지에는 '국민여러분 박근혜입니다'부터 시작해서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 이런 얘기한 게 선거개입이잖아요, 사실. 그 정치적 파산이라는 게 그러면 일흔이 다 된 분이 새로 출마할 일은 없는 것이고 그것도 이유를 대기 위한 이유가 아닌가 하는 얘기가 나오고요.
◇ 김현정> 그래요. 공식적으로 내놓은 이유들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는데 오늘 주제로 돌아가서 왜 10년이나 감형했을까, 조금 더 어떤 깊이 있는 분석들, 이유들 행간에 숨어져 있는 이유들 찾아보죠.
◆ 권영철> 첫 번째는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라는 그런 분석입니다.
◇ 김현정> 무슨 얘기입니까?
◇ 김현정> 최순실이라고 불리었던 최서원 씨.
◆ 권영철> 이게 1심과 2심에서는 징역 20년이었는데 2년이 줄어든 겁니다. 당시 지금 이번 판결과정에서 현직 부장판사에게 물어보니까 "최순실 씨가 18년 아니냐. 박 전 대통령은 20년인데 어떻게 보면 둘이 공범이라고 하지만 양형적 요소를 보면 돈을 직접 받아 쓴 최순실 씨가 더 무거운 거 아니겠느냐?"라고 말하더라. 그러니까 대통령이고 비선실세니까 대통령이 조금 더 무거운 게 맞지 않느냐라는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 김현정> 두 번째는요?
◆ 권영철>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에 따른 판결입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지나 10일 선고를 하면서 "오늘 판결에서는 대법원의 파기 취지를 반영했다"고 얘기를 했고요. 대법원 공보담당 부장판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는 판결로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다" 이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난 8월에 있었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선고인데 당시 선고의 내용 중 미르와 K스포츠재단 관련해서 강요와 직권남용 등에 대해서 무죄 취지로 파기했고, 이 파기 취지에 따라서 이번에 형을 줄였다는 얘기입니다.
◇ 김현정> 그런 설명. 세 번째는요?
◆ 권영철> 세 번째는 판사들의 소신 또는 양심에 따른 판결이라는 분석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법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봐줘야 한다고 이렇게 말한다는 거예요? 그게 양심이라는 거예요? 무슨 말이죠?
◆ 권영철> 전현직 법관들에게 물어보니까 법원 고위급 판사들의 기류가 대체로 그렇다고 합니다. 판사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전직이나 현직 고위 법관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면 전직 대통령에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 자신이 만나본 사람 70~80%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
◇ 김현정> 아니, 이게 무슨 설문조사를 했거나 공식조사를 한 건 아니지만 전현직.
◆ 권영철> 고위 법관들.
◆ 권영철> 고등부장 이상, 법원장이나 대법관 출신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는 겁니다. 이분들이 누가 지시하거나 간섭하지 않아도 법관들의 소신이 그렇다는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재야 법 쪽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고법부장들이 문제라는 지적을 하기도 하고요. 박영수 특검의 한 관계자는 "서울고등법원에서 판결하신 분들이 역사적으로 아주 혹독한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고등부장판사들이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런 얘길 했고요, 1심 판결이 좀 중형을 선고해도 고등 법원엘 가면 많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를 얘기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사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에도 안 나왔잖아요.
◆ 권영철> 그렇습니다. 파기환송심도 박 전 대통령이 안 나와서 궐석재판이 이루어졌는데요.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10월 당시 구속기간 연장에 불만을 품은 뒤에는 모든 재판 출석 거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모든 재판.
◆ 권영철> 건강상 이유로 외부 병원에서 진료를 받기는 했지만 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데. 재판부가 좀 봐주려면 피고인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야 된다.
◇ 김현정> 보통 그렇죠.
◆ 권영철>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에 재판과정에서도 반성을 하거나 사과를 한 적이 없는데도 이렇게 판결했다는 겁니다.
◇ 김현정> 네 번째도 있나요?
◆ 권영철> 네 번째는 두세 수 앞을 내다본 고단수 착점이 아닌가 하는 그런 분석입니다.
◇ 김현정> 이건 무슨 말입니까?
◆ 권영철> 대법원이 강요나 직권남용 혐의를 좁게 보는 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혐의, 직권남용 혐의를 좁게 해석한다, 좁게.
◆ 권영철> 그래서 미리 사전 포석을 하는 게 아니냐 그런 해석이 나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판결 경향을 보면 앞으로도 대통령이나 청와대 고위층, 정부 고위관계자가 대기업 총수나 정부 산하기관에 대해서 어떤 정책이나 인사 등에 대해서 강요를 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해도 강요죄나 직권남용으로 처벌하기 어렵지 않느냐 그런 분석도 나오는 겁니다.
◇ 김현정> 전례가 되죠, 그렇죠.
◆ 권영철>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강요나 직권남용을 지나치게 확대해도 문제지만 너무 좁게 해석해도 문제다" 이런 얘기를 했고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레이저 눈빛을 언급한 거 기억나십니까?
◇ 김현정> 기억나죠, 기억나죠. 그런 레이저 맞고도 버틸 대기업 총수가 있을까 싶은데.
사실 그래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요혐의에 대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긴 했고 또 이미 화이트리스트 판결이나 앞선 최순실 씨 파기환송심에서도 강요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판결을 했습니다마는 법리와 현실의 괴리 아니냐 이런 평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검찰이 재상고를 해서 이게 논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재상고 여부는 오늘, 내일 오전까지는 결정을 해야 되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재상고를 할 것 같습니까? 검찰이.
◆ 권영철> 꺼하지 검찰에 확인을 해 보니까 수사팀에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만 하더라고요.
◇ 김현정> 결론은 안 내려졌대요? 내려졌겠지만 얘기를 안 하는 거겠죠.
◆ 권영철>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 김현정> 어떻게 할 거라고 보세요?
◆ 권영철> 양형만 가지고는 상고를 안 하거든요. 그런데 강요나 직권남용 무죄를 다퉈야 되는데 그걸 다툴 거냐 안 다툴 거냐는 새롭게 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이재명 지사 판결 가지고는 내일 한번 분석해 주시면 어떻습니까?
◆ 권영철> 알겠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권영철>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