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력·중립성 의문' 민관합동조사단 실효성 떨어질듯

조사 거부하거나 진술 안해도 강제할 수 없어
'키' 잡은 서울시 직원, 서정협 조사할 수 있나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표현해 '의지X' 지적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15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서울시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및 내부묵살 의혹에 대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사 대상자가 거부해도 조사를 강제할 수 없고, 서울시 직원이 속한 조사단이 내부자를 대상으로 공정하게 조사하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시 황인식 대변인은 1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직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긴급브리핑을 열고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여성단체, 인권전문가, 법률전문가 등 외부전문가가 조사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겠다는 게 시 입장이다. 구체적인 구성과 운영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수사와 달리 조사에 강제력이 없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사 대상자가 진술을 거부하거나 조사 자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조사단 차원에서 추가로 조치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시장을 보좌한 측근이나 사건 당시 비서실에 근무했던 직원 상당수가 서울시를 떠난 상태여서 조사에 응할 명분도 떨어진 상태다.

전직 정무라인들은 지난 4월에 '물갈이' 교체됐고, 이후에 부임한 정무직 공무원들도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직을 잃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중에는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같은 비서실 핵심 관계자도 포함돼 있다. 박 전 시장 사망 직전 이상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임순영 젠더특보도 당장 다음달이면 임기가 끝난다.

이들이 조사에 응해 진술을 하더라도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비교 판단할만한 주요 물증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휴대전화나 사무실 컴퓨터 등을 강제로 조사할 법적 근거가 없다. 사실상 당사자들의 진술과 정황증거들만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대해 황 대변인은 "조사단에 전문가들이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의 방향과 구체적인 사안을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단순히 전문가의 권위에만 기댄 해명이 아니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가 꾸려지더라도 중립성을 지킬 수 있을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여성단체 및 인권·법률전문가가 참여한다 하더라도 조사의 키는 서울시 소속 관계자가 쥘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송다영 여성정책실장이 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조사의 큰 틀을 결정할 수 있는 서울시 직원이 전직 혹은 현직 내부자들을 대상으로 공정한 조사를 펼칠 수 있는지다.

특히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서정협 행정1부시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가능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서 부시장을 둘러싸고는 박 전 시장 추행 의혹과 관련해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서 부시장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성추행 고소인 A씨가 비서실에서 근무한 기간이 겹쳐 채용 과정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통상 시장 비서 인사는 시청에서 후보군을 추려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본 뒤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서 부시장이 채용에 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서 부시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날 발표에서 서울시는 따로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안전장치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황 대변인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서 민관 합동 조사단을 운영하는 것인만큼 그분들 판단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공을 넘겼다.

일각에선 합동조사단이 적당한 조사결과를 내다가 향후 수사에 들어간 수사기관에 넘기고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서울시가 성추행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으로 규정한 데서 엿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는 이날 고소인을 '피해 호소인' 또는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으로 표현했다. 여성단체에서 쓰는 피해자 또는 고소인과는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황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사건이 접수된 게 아니기 때문에 형식상 사용한 것'이란 취지로 해명했지만 관련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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