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원구성 강행에 반발해 21대 국회 임기 시작 후에도 통합당은 한 달 보름가량 합의에 적극 나서지 않았지만, 박 시장 사태를 계기로 원내 투쟁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여야 지도부는 14일 제21대 국회 개원식 및 7월 임시국회 일정에 잠정 합의했다.
민주당 김태년·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의사 일정을 일괄 타결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개원식은 오는 16일에 열기로 했다.
오는 20일에는 민주당 김 원내대표, 21일엔 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있다. 직후인 22일부터 24일까지는 대정부질문을 앞두고 있다.
통합당은 박 시장의 장례식이 지난 13일 끝나자 이날 성추행 사건과 고소 관련 수사 기밀 누설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장례 기간은 고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여론 추이를 감안해 공격을 자제했지만, 박 시장이 민주당 소속 잠룡이었던 만큼 정부·여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성추행)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진상규명이 이뤄지는 것이 정상적"이라며 박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청 내부자들에게서 들어온 제보에 의하면 비서실 차원의 성추행 방조 내지 무마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라며 "위계에 의한 성추행이 이뤄짐과 동시에 시장 비서실 및 유관 부서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고소' 관련 수사 기밀 누설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당은 피해자가 박 시장을 고소한 사실을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 후, 청와대가 이를 박 시장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을 특임검사 임명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서울경찰청은 수사기밀누설 부분에 있어선 이미 수사대상으로 전락을 했으니, 박 시장 관련 수사를 중단하고 조속히 검찰로 송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추행 피해 여성으로 알려진 전직 비서는 지난 8일 오후 4시쯤 서울경찰청에 박 시장을 고소 후 9일 새벽 2시까지 경찰에서 진술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안 돼 경찰청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경찰청이 8일 저녁 박 시장 피소 사실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논란이 됐다. 이후 박 시장이 피소 사실을 청와대로부터 사실을 듣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피소 사실이 경찰과 청와대를 거쳐 박 시장에게 전달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청와대가 박 시장에게 사전에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시간을 준 셈이 된다.
통합당 내에선 박 시장 관련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개원식 이후 각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회를 요구하기로 했다. 경우에 따라 특검 또는 국정조사 도입 카드도 거론된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김창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도 기밀누설 의혹을 집중 추궁하며 판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단 부의장 자리를 비워둔 채로 개원식에 합의 후 원내로 들어가 싸우겠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며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기밀누설 의혹에 좀 더 무게를 두고 파헤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