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조문이 시작된 오전 11시가 되기 전 이미 조문을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 차례로 선 줄이 서울도서관 앞에서 플라자호텔 앞 방면까지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체로 문상의 예를 갖추기 위해 검은 옷차림을 한 시민들이 많이 눈에 띄는 가운데, 일부는 대기하는 중에도 눈시울을 붉히거나 훌쩍이는 등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박 시장의 영정 앞에서 오열한 김모(62·여성)씨는 "서울시민으로서 와야지, 어떻게 안 오나"라며 "너무너무 존경하고 사랑했는데, 불쌍하다. 뉴스를 보고 많이 울었고 잠도 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침 9시쯤부터 시청을 찾았다는 김씨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박 시장의 죽음을) 많이 안타까워한다. 같은 동네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곧 조문을 올 것"이라며 박 시장의 생전 시정에 대해 "나는 다 괜찮았다. 그러니까 3선을 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친구들과 함께 분향을 마친 고등학교 1학년 전상우 군은 "평소 박원순 시장님을 존경했고, 그 비전이 저희랑 맞았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당하셔서 오게 됐다"며 "소식을 듣고 실종됐다 나왔을 때 '돌아가시지만 않으면 좋겠다' 했는데 새벽에 뉴스를 보고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동선을 공개하셨고, 그게 법제화돼 감명 깊었다. 그린벨트를 절대 해제해서는 안 된다는 부동산 정책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에서 온 20대 대학생 A씨 역시 "높으신 분들이 할 일도 많으시니, 청년 입장은 별로 신경을 안 쓰게 마련인데 (정책의)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청년들을 위해 지원사업을 하신 게 의미가 깊다 생각한다"며 박 시장을 추모했다.
다만, 박 시장이 임종하기 직전 불거진 '성추행' 의혹에 대해선 의견이 조금씩 엇갈렸다. 앞서 박 시장의 실종 하루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서울시청 비서는 "박 시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마포구에서 친구들과 분향소를 찾은 20대 여성 최모씨는 "이미지도 너무 좋고, 소탈하고 친절하셨는데 아직까지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고소 건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 아직 조금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두 딸의 손을 잡고 조문을 마친 30대 남성은 "잘잘못이야 가려져야 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 분(박 시장)의 공이 가려져선 안 된다고 본다"며 "좋으신 분이었고 10여년간 서울 시민으로 살면서 존경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정부의 방역수칙에 따라, 시민들의 '거리두기'를 위한 대기지점을 표시하는 한편 손 소독제를 비치했고 연락처를 포함한 명부작성, 발열 점검 등을 실시했다. 조문은 시간 차를 두고 7~8명의 시민이 양옆으로 띄엄띄엄 서서 진행됐다. 묵념 외 당초 고려됐던 헌화는 불필요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제됐다.
서울시는 시청 앞 시민분향소를 오는 13일(오전 8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박 시장의 발인은 이날 오전 8시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