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하면서 임대사업제도를 대거 축소했다.
단기 임대(4년)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 임대(8년) 유형을 폐지하고, 단기임대로 신규 등록하거나 장기임대 유형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막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등록주택에 대해서는 등록 말소 시점까지 세제혜택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당정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혜택이 집값 상승을 불렀다고 판단하고 이미 받았던 각종 혜택을 소급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또 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 폐지를 소급 적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임대사업 특혜 축소 3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임대차 3법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되면 단기임대는 일반 임대와 사실상 아무런 차이가 없어지고, 장기임대는 의무 기간만 길어진 셈이 돼 사실상 등록임대를 선택할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이러한 조치는 정부가 뒤늦게나마 임대사업자 제도를 축소하겠다고 나선 취지와 배치된다.
애초 정부는 청와대 김수현 전(前) 정책수석 시절, 다주택자를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한 뒤 이를 통해 임대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력한 세제 혜택에 주목한 다주택자들이 대거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뒤 주택 물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바람에 집값 폭등을 부추겼다.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결국 민간 등록 임대주택제도 자체를 사실상 폐지하면서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셈인데, 정작 그들에 대한 혜택은 그대로 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지난 2017년~2018년 등록한 기존 임대주택사업자도 원할 경우 조기에 임대기간 자진말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그대로 받게 되는 해당 사업자들로서는 임대 기간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매물 잠김 현상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 잃으면서, 정작 임대사업자들이 손에 쥐고 있는 주택을 풀어놓도록 만들지도 못한 악수(惡手)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조세감면 축소는 부진정소급입법으로서 소급 입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제에 대한 소극적인 보완책만 추진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토지+자유연구소 이태경 부소장도 "시장 상황을 이렇게 못 읽을 수 있나 절망스럽다. 사방에 불이 붙었는데 소방당국이 태평한 상황"이라며 "지금 부동산 시장은 비이성적인 흥분 상태인데, 이를 잠재우려면 이래도 될까 싶은 강력한 대책이 한번에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급적용 카드를 만지작거렸던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에 밀려 결국 포기한 모습 자체가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만약 정권이 바뀌면 또 정책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리가 없다"며 "앞으로 적어도 4년 동안 매물 잠김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시장에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이 더욱 정부 정책을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계속 대책을 내놓겠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사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