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예의냐" "왜 세금으로?" 박원순 사망에 뒤따르는 의문들

박원순 서울시장 비극에 시민사회 일제히 애도
성추행 의혹…"5일장 반대한다" 목소리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 그 파장이 만만치 않다. 시민운동 '대부' 격으로 1천만 서울 시민의 수장이자 최초 3선 시장 고지에 오르면서 쌓아올린 업적이, 성추행 의혹 및 불명예스러운 죽음과는 너무나도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어서다.


결국 세상을 등진 그를 위한 장례식을 둘러싸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에서는 애도를 표시하면서도, "이렇게 떠나선 안됐다"는 원망과 비판도 공존하는 분위기다. 애도 물결 속에 자칫 묻힐 수 있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를 나서며 취재진의 박 시장의 의혹 관련 질문을 들은 뒤 호통을 치고 있다.(사진=이한형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 사망, 이어지는 애도 물결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조문이 시작된 이날 정오부터 빈소에는 정치인과 종교, 시민사회단체 조문객들이 연이어 발걸음을 했다.

서울시에선 조화와 부의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의 조화를 시작으로 박병석 국회의장, 정부 고위 관료 등이 보낸 조화도 속속 도착했다.

시민운동 '대부'격이자 인권 변호사, 서울시장 최초 3선 고지, 여권의 대권주자 등의 명성만큼 빈소에는 애도의 물결이 가득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잇따라 성명을 내며 고인의 안녕을 기원했다.

박 시장이 창립멤버로 활동했던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황망하고 안타까운 소식에 슬픔과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고(故)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장 이전에 오랜 시간 시민운동을 개척하고 그 영역을 확장시켰던 활동가셨다. 고인과 함께 한 시간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설립해 상임이사로 활동했던 아름다운재단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고인이 남긴 '나눔의 유산'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를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르기로 결정했다. 5일장으로 치뤄지며, 서울시 주관으로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가 설치되고 일반 시민들도 조문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추모 분위기 속 비판 목소리도…"성추행 의혹 있는데, 5일장 지켜봐야 하나"

하지만 이같은 추모 분위기 속에 비판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기류다.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다 그 배경에 성추행 의혹이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청 비서실 소속으로 일했던 A씨는 박 시장을 최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후 박 시장은 9일 종적을 감췄고, 경찰 수색 끝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방침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날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됐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며 "성추행 의혹으로 자살에 이른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국민이 지켜봐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 1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고려대학교 이한상 경영학과 교수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서울시는 피해자인 비서를 보호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여 그에게 지원과 보상을 해도 모자를 판에 몇억이 들지 모르는 5일 서울특별시 장례를 치르고, 시청 앞에 분향소를 만들어 시민 조문을 받는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내 세금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쓰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마련돼 있다.(사진=서울시 제공)
비통한 분위기가 감도는 빈소에서도 간혹 소동이 벌어졌다. 빈소를 찾은 일부 유튜버들은 기자들을 향해 "사람이 죽었는데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느냐, 다 지옥이나 가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박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는 빈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 질문이 나오자 "그건 예의가 아니다"며 "최소한의 가릴게 있다"고 쏘아붙였다. 서울시와 민주당 측은 박 시장에 대한 명예훼손을 삼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고인을 추모하되, 피해자에 대한 배려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시장이 그간 해왔던 업적들, 개개인이 만나면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인품 등을 보면 이렇게 돌아가신 것에 대해 너무나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렇게 돌아가시면 안됐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례를 어떻게 치르느냐 부분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피해자의 입장에서 장례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부분도 함께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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